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한 달간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라이슬러의 이번 장기 조업중단 조치가 미국 백안관의 구제안 발표시점에 임박해 결정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정부의 자동차 구제안을 조기에 이끌어내려는 압박 카드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 여파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해 앞으로 구제안과 관계없이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 美 '빅3' 조업중단 도미노

크라이슬러는 17일(현지시간) 급격한 수요감소로 오는 19일부터 최소 한달 간 전세계 30개 공장의 가동을 최소 한달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도 이날 북미 지역 대부분의 조립 공장을 1월 중 추가로 1주일 더 휴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연말 연휴 기간 동안 2주 정도 휴업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포드는 재고 소진을 위해 휴업 기간을 1주일 더 늘린 것이다.

GM 역시 지난 12일 북미지역 공장의 30%를 가동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16일에는 지원금과 상관없이 '시보레 볼트'의 새 공장 가동을 연기했다. 시보레 볼트는 GM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하이브리드카 프로젝트다.

◆ 미 정부 구제안 '압박카드'

미국 자동차 빅3의 조업중단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백악관의 구제안 발표시점에 맞춰 그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한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정부의 도움없이는 몇주 안에 파산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이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분석업체 에드문즈닷컴의 제스 토프랙 애널리스트도 이번 크라이슬러의 조업중단 조치를 놓고 "이는 매우 궤도를 벗어난 상황으로 현재 미국 자동차업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크라이슬러 발표에 따르면 휴업 기간이 더욱 연장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빅3 중에서도 크라이슬러가 미니밴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대형차 비중이 커 수요급감에 따른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현 상황에서 조업을 중단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또 "이번 크라이슬러의 이번 조치는 현재 내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고, 미국 정부가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국내 증시 파장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빅3'의 조업중단 조치가 이미 예견돼 있었던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라이슬러의 감산조치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소식"이라며 "결국 불황에 따른 소비감소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르면 한국시간으로 18일 발표될 예정인 백악관의 자동체 구제안이 나오더라도 미국 빅3의 회생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용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의 구제안이 실행되더라도 '인공호흡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결국 파산보호 신청 등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성문 애널리스트도 "불황에 따른 자동차 업체들의 감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 자동차업계 상황보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통과 여부가 국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르면 현지시간으로 17일인 이날 미국 정부가 자동차 구제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자동차 구제안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없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