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 이야기. 김성호 지음. 쌤앤파커스. 280쪽. 1만3000원

콩 씨앗이 빛을 받으면 콩 식물로 성장하고 어두운 곳에 있으면 콩나물이 된다. 인간도 환경 변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성장이냐 퇴보냐,성공이냐 실패냐.향방은 전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 하드디스크와 팬,자동차에 장착되는 모터를 만드는 일본전산(日本電産)이 '성공의 신화'가 된 데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비결이 있었다.

<일본전산 이야기>에 소개된 이 회사의 경영 방식은 언뜻 '무모함'을 넘어 '수상'하기까지 하다. '남들보다 두 배로 주말도 없이 일하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라' 등 폭군에 가깝다. 그러나 직원들은 군말이 없다. 이직률은 일본 기업 중 최저 수준.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존경받는 CEO 30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경영자의 어떤 철학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걸까.

"회사가 직원을 혹독하게 가르치지 않으면서 경기가 안 좋다고 구조조정 운운하는 것은 CEO의 자격이 없다. "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스피드가 5할,노동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5푼.학력은 고작 3푼,회사 지명도라야 2푼의 값어치일 뿐이다. "

1973년 세 평의 창고에서 네 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직원 13만명,매출 8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손대는 모터마다 세계 1위에 등극하는 경이적 기록을 자랑한다. 창업 이후 불어닥친 오일 쇼크,10년의 장기 불황에서도 승승장구해 왔으며 30개가 넘는 허약 체질의 적자 회사를 인수해 모두 1년 안에 흑자 재건시켜온 미다스의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는지,사원들에게는 어떤 행동 강령이 필요했는지를 실화로 들려준다. 인재 채용 원칙과 독특한 가점주의,거래 기업을 감동시킨 '실전에 올인하는 배(倍)와 절반의 법칙',삼류 조직원을 최고로 조련한 '호통치는 리더의 기술',적자 기업을 회생시킨 '3Q 6B원칙' 등의 경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이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 어려운 경영 이론은 필요 없었다. 이성이 아니라 심장으로 움직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밥 빨리 먹기,큰 소리로 말하기,화장실 청소하기 등은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강력한 문화였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