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게타카 1,2 . 마야 진 지음. 이윤정 옮김. 미래인. 1권 348쪽. 2권 312쪽. 각권 9800원

구조조정,인수.합병,워크아웃,퇴출,채권단,공적자금,구제금융….이런 용어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면 기업사냥꾼,즉 벌처펀드는 바빠진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싼 값에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되팔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게타카 1,2> 는 그 중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배경으로 한 경제소설이다. '하게타카'는 하늘을 배회하다 죽은 동물로 배를 채우는 독수리나 콘도르를 일컫는 일본어.벌처펀드를 상징한다.

소설은 외국계 펀드회사 사장 와시즈와 대형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 시바노,몰락해가는 가업(호텔)을 이어받아 재건에 나선 다카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98년 뉴욕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와시즈는 일본으로 돌아와 호라이즌캐피털이라는 투자펀드사를 설립,빈사 상태의 일본기업들을 사들여 회생플랜을 추진한다.

그러나 방만한 기업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는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은행과 기업경영자들은 일본 경제를 파괴하는 '벌처(기업사냥꾼)'라며 와시즈를 비난한다. 미쓰바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인 시바노도 와시즈를 비롯한 외국계 펀드회사들에 맞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분투한다.

한편 명문 리조트호텔 오너 집안의 장녀인 다카코는 위기에 직면한 호텔을 구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대신 고객 중심 서비스를 지향하며 회생을 추진한다.

요미우리신문 기자 출신인 작가는 이를 통해 벌처펀드는 일본 경제를 파먹는 적인가,아니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켜 경제체질을 개선시켜 주는 구세주인가 하는 화두를 던진다. 작중 인물 다카코의 입을 빌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간에서는 외자계 금융기관을 벌처,콘도르라고 혐오하지만 돈에는 색깔이 없다. 중요한 건 결과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벌처의 먹잇감이 되는 대신 벌처를 이용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

기업 인수를 둘러싼 두뇌 싸움이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이 소설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난해 NHK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국제금융 입문서로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