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자본확충펀드 20조원을 조성,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한은이 10조원,기관과 일반투자자가 8조원,산업은행이 2조원을 댄 펀드를 다음 달 출범(出帆)시키겠다고 밝혔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9% 미만으로 떨어진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우선주,상환우선주,후순위채,하이브리드채 등을 사들여 자본확충을 돕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부실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적절한 선제적 대응방안이다.

자본확충펀드가 은행 대출여력을 키워 시중의 꽉 막힌 자금줄을 풀고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국책은행과 신보ㆍ기보ㆍ주택금융공사ㆍ자산관리공사 등에 대한 추가출자를 서둘러 자금공급 능력을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한은이 대출형식으로 펀드에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현재 시중 자금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금융비상사태 경계선에 와 있다"고 했을 정도다. 은행들이 자신들의 자기자본비율 높이기에만 매달려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기업대출이 올스톱되고 채권발행 등 자금중개 기능을 상실한 탓이다.

더구나 경기후퇴에 따른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가계대출의 부실이 가시화되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정부는 이번에 조성되는 20조원을 투입하면 지난 9월 말 10.86%에 그쳤던 시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2.6%포인트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확보에 문제가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은행 지원이 즉각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에 돈이 흘러들도록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펀드에 대한 기대가 크면서도 관치를 우려하는 모습이지만 지금 그런 것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업부실을 방치하면 결국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