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력 확충 안간힘

은행권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18일 내 놓은 지원방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도움을 받을 경우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 자칫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어 자체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국민銀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듯

신한금융지주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한은행에 대한 8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13%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증자대금은 지주사가 보유한 자금 2000억원과 신한카드에서 받을 중간배당 6000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증자로 신한은행의 자기자본이 17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도 9월 말 11.9%에서 13%대로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기본자기자본(Tier 1) 비율도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9%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게 된다.

국민은행도 이달 중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5000억원 증자와 은행의 자사주 3.2% 처분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11.7%로 높아지게 되고 기본자기자본 비율도 9.6%에 근접하는 만큼 '안정권'이라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자사주 맞교환 등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추진 중이어서 현재로선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지주사를 통해 이달 중으로 5000억원의 증자를 추진,자기자본 비율과 기본자본 비율을 각각 12.6%와 8.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이나 추가 증자를 통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맞춘다는 방안이다. 하이브리드채권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 자본증권으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갖는다.

반면 우리은행은 자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굳이 정부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일단 현재 3000억원가량 한도가 남아 있는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과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7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만큼 정부가 설정하려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유효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방은행도 자본확충 잰걸음

부산은행도 이날 지방은행 최초로 하이브리드채권 2000억원을 발행,자기자본 비율을 13%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기본자기자본 비율도 8%대로 높였다. 이 채권은 만기가 30년으로,발행금리는 연 8.8%이다. 부산은행은 이번에 이어 3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제주은행도 이날 500억원의 증자를 추진키로 했으며 우리금융 산하 경남과 광주은행도 각각 15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심기/부산=김태현 기자 sglee@hankyung.com


[ 용어설명 ] 기본자기자본비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성되는데,이중 부채성격을 띠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순수 자기자본비율을 말한다. 기본자본은 자본금이나 자본준비금,이익잉여금 등 영구적인 자기자본으로 기능하는 항목만으로 구성돼 은행의 실질적인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기본자기자본 비율이 8% 이상이면 우량은행으로 평가받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이를 내년 1월까지 9%까지 높이도록 요구했다. 기본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유상증자나 배당 억제 등이 대표적이다. 부채와 자본의 성격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