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외화자금 사정 개선 … 은행 원화유동성도 풍부

원.달러 환율이 나흘 연속 하락하며 1200원대로 떨어졌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급속히 안정되면서 외화자금 조달 여건이 국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9월 초순 수준으로 회복됐다. 원화 유동성은 은행들 사이에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세

18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내린 1292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1일 장중 1525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한 달도 안 돼 233원(15.3%)이나 떨어졌다. 환율이 1200원대로 내린 것은 지난달 5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선 환율 불안을 야기했던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11월 말까지 35조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12월 들어서는 5800억원가량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내년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이어 한.중.일 통화스와프가 확대된 점도 호재다.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달러 약세가 예상되고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점도 환율 하락 요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연말결산을 앞두고 환율이 치솟으면 기업들의 대규모 환차손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 급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국제 금융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국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언제 또 불안요인이 터질지 모른다"면서도 "돌발 악재만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200원 근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자금 시장도 개선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은행 간 외화자금 조달시장도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 은행들이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1주일물 외환스와프 포인트는 이날 플러스(+)20전에 거래됐다.

외환스와프 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 플러스가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좋고,마이너스(-)가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1주일물 외환스와프 포인트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9월11일 플러스 13전이었지만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달 말에는 -5원50전까지 떨어졌다.

외화자금난 개선은 한은이 지난 16일 실시한 '달러 입찰'에서도 확인됐다. 한은은 당시 은행들에 10억달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해 낙찰금액이 5000만달러에 그쳤다. 은행들의 외화자금난이 예전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그러나 오는 22일에도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추가로 40억달러를 풀 계획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외화자금난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의 원화 유동성도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날 실시한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입찰에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2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종전 최대치(17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