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500' '747' 꼽혀

올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단어는 '공포'였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증시의 화두로 'R(Recession:경기둔화)의 공포'와 'D(Depr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등으로 표현된 '공포'를 꼽은 응답이 10%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코스피지수를 상회한 것을 빗댄 '데드 크로스(죽음의 엇갈림)'도 어려운 경기상황을 대변했다.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쇼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침체가 그만큼 증시를 괴롭혔다는 얘기다.

올해 주가가 급변동함에 따라 '사이드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6번,코스닥시장에선 19번이나 발동돼 여의도에서 최고의 인기 자동차에 올랐다. 사이드카란 선물가격의 급변동이 현물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일 종가보다 선물가격이 5%(코스닥은 6%) 이상 변동,1분간 지속될 때 발동돼 주식시장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킨다.

펀드와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고등어'와 '갈치'도 유행어가 됐다. 고등어는 반토막을 내 먹고,갈치는 4분의1 토막을 내 먹는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증권맨들이 꼽은 올해의 숫자는 '747'과 '500'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뚫고 800선까지 추락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747공약(7%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 경제달성)이 바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인터넷 경제논객인 '미네르바'가 바닥으로 주장했던 '500'은 공포심을 불러오기도 했다.

올해 기억에 남는 말로는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몰락을 가져온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부동산담보대출)'와 이를 상징하는 '리먼브러더스'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하락장' '제2의 IMF''9월 위기설 알고보니 음력' '현금이 왕이다' '디레버리징(자산매각)' '헤지펀드' '공매도(주식을 빌려 미리 파는 것)''구제금융' 등이 꼽혔다.

또 올해의 인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할 희망의 전도사 버락 오바마,환율문제와 관련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네르바,폰지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매도프 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미국 구제금융안과 금리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폴슨 재무장관과 버냉키 준비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이성태 한국은행총재 등이 지목됐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