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 가속화에 철강 · 키코株 등 뜀박질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관련 수혜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반등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달러 가치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은 환율 수혜주들이 모멘텀이 부족한 주식시장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본 확충과 신용경색 해소로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들도 상승 행진에 동참하면서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됐다.


◆환율 수혜주가 추가 반등 주도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뉴욕 증시 하락과 단기 상승에 따른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0.53% 오른 1175.91로 거래를 마치며 나흘째 강세를 이어갔다. 개인과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후 한때 하락 반전하기도 했지만 포스코(0.26%)와 한국철강(1.88%) 등 주요 철강주를 비롯 아시아나항공(6.76%) 한국전력(1.70%) 등 환율 하락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이 오름세를 보이며 지수를 다시 강보합권으로 끌어올렸다. 외국인도 장 막판에 소폭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이닉스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3800억원의 평가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마감 직전 상승폭을 12.45%까지 늘렸고,롯데관광개발은 해외여행객 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대표적인 키코 피해주인 태산엘시디가 상한가에 오르는 등 관련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기계 건설 등 초기 반등장을 주도했던 업종들이 단기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하며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타이밍이었지만 달러 약세가 지속되며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3원 떨어진 1292원으로 나흘 연속 급락하며 한 달 반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유동성 공급에 유럽의 기준금리 동결 혹은 인하가 예상되고 있어 달러의 추가적인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철강이나 항공 자동차 정유 해운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수혜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한 기관들의 매수세도 유입되고 있다. 투신을 비롯한 기관은 이번 주 들어 삼성전자 GS건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을 매도하는 대신 현대제철과 하이닉스 기아차 한진해운 등을 사들이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정책 공백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기관들의 매수세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환율 관련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급락했던 금융주에도 '햇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면서 대출 관련 위험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주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치뱅크는 이날 원·달러 환율 안정에 따른 수혜를 이유로 하나금융의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종전보다 50% 넘게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정책 지원을 배경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어 당분간은 은행주들의 움직임이 양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구경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의 확대 효과를 즐길 때"라며 은행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자산 재평가로 대규모 차익이 기대되는 보험주와 지수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주 등도 증시의 추가 반등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팀장은 "이번 위기는 금융부문에서 촉발된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점에서 금융주들의 주가가 일단 회복되면 증시 안정에 단초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이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과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은행과 철강 등 관련주들에 대한 긍정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