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큰 폭으로 내리면서 은행 예금 금리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 폭락 속에서 올 한 해 '대안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던 은행 예금의 매력도 많이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고점 대비 1.5%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 속에 정기예금 금리가 연 8% 근처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연 7%대 예금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를 기준으로 대부분 6.0~6.5% 수준이다. 이제 더 이상 예금은 메리트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저금리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새로 예금에 가입하려면 가급적 서두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예금의 비중을 급격하게 낮출 시기는 아직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주식시장이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고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안전자산과 현금의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재테크팀장은 "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여전히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주식 투자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한때 연 8% 가까이에 달했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지금은 6%대로 떨어졌지만 물가상승률이 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 6%대의 금리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공성률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도 "1~3년 내 쓸 자금을 마련하는 데 예금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며 예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특판상품을 활용하면 연 7%대의 이자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시중은행의 금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상호저축은행의 창구를 찾아가 볼 만하다. 저축은행 업계도 지난 10~11월과 같은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은 이제 마무리되어 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8%대의 금리를 적용하는 예금 상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8% 이상인 저축은행은 전국에 37곳이나 된다.

제일(8.7%) 신민 삼화 대영 W 서울(이상 8.6%) 경기 신라 경기솔로몬 제일2 진흥 HK(이상 8.5%) 등 12개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은 연 8.5% 이상의 이자를 지급한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상호저축은행 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 들어가면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많이 제기되지만 저축은행 예금도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장받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