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들이 예년과 달리 빡빡한 12월을 보내고 있다.시장전망이나 기업실적 등을 분석하는 이들에게 과거 12월은 전통적인 ‘휴가시즌’이자 휴식의 시기.그러나 올해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원래 애널리스트들이 12월을 기다린 이유는 긴 휴가기간 때문이었다.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세밑 마지막날인 12월31일 이전에만 약 3~7일 동안 휴장했다.거래일 기준으로 그 기간은 1977년~1984년에는 7일, 1985년~1991년은 5일, 1992년~2000년에는 3일이었다.2001년 이후에는 12월30일 증시가 폐장돼 31일 하루만 쉬지만 크리스마스와 주말, 연초 연휴 등을 포함하면 여전히 적게는 4~5일에서 일주일 이상 휴가가 생기는 셈이다.이에따라 최근까지도 여의도에서는 ‘12월은 쉬는 기간’이라는 의식이 팽배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다른 이유는 언론사 등이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설문조사가 11월말에서 12월초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업종·분야별 최고의 애널리스트를 뽑는 설문 결과는 자신의 연봉이나 시장내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후에는 연구원들이 ‘한 해 장사를 마무리했다’는 느낌을 받는단다.물론 설문조사 직전인 10월~11월 사이에 가장 많은 보고서를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원은 “투신이나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분기별 혹은 반기별 실적을 맞춰야 하는 법인영업부나 주식운용부 는 6월말과 12월말에 바쁘지만 연구원들은 설문조사가 실시되지 직전인 4~5월과 10~11월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올들어선 글로벌 신용위기와 경기침체로 증시가 어려움을 겪자 IMF 외환위기 이후 세대 증권맨들에게 12월은 전례없이 바쁜 시기가 되고 있다.특히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경에는 증권사별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사내 ‘눈치보기’도 심해졌다.

한 연구원은 “작년만해도 12월에는 출근하면 어영부영 하루가 다 갔고 휴가를 떠나는 연구원들도 꽤 많았다”며 “관리자들도 책이나 좀 읽고 공부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인데 올해에는 여느태와 다름없이 바쁘다”고 털어놓았다.또다른 고참 연구원도 “내년초 글로벌 경기전망마저 어둡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분석자료나 기업탐방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입사후 이렇게 바쁜 12월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