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최단 수에즈운하 통과하면 20일 단축.수십만弗 절약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 의한 피랍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데도 여전히 많은 해운사들이 이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것은 운항시간이 훨씬 짧고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항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인 '수에즈 맥스'급 원유수송선을 기준으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걸프만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원유를 수송하려면 왕복 75일이면 충분하지만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20일이 더 걸린다. 하루 운임이 5만달러라고 할 때 평균 100만달러의 운임이 더 드는 셈이다. 20만달러가량의 수에즈운하 통행료를 절약할 수 있더라도 추가비용이 훨씬 크다.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보험료와 선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당도 늘어나고 재고 유지에 따른 비용도 커진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 같은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도 점점 더 많은 해운사들이 소말리아 해적을 피하기 위해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 희망봉으로 항로 변경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인 해운사들은 유조선 회사인 프런트라인과 유로나브,TMT,세계 최대 화학탱커 운영사인 노르웨이의 오드펠,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선 운영사인 BW가스 등이다.

아덴만 지역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이곳을 운항하는 선박들에 부과되는 보험료도 1년새 10배가 훨씬 넘게 치솟았다. 지난 5월 보험사들은 아덴만 지역을 '전쟁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수천만 달러의 특별 보험료를 부과했다. 그만큼 화주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뱃길이 점점 위험해지면서 추가 비용을 내고 경호업체를 고용하려는 해운사들도 늘고 있다.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에 근거지를 둔 인터오리에트 마린 서비스는 한번 항해에 약 6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사설경비대를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아덴만 쪽으로 운항하는 배에 승선한 선원들에겐 수당도 두 배로 올렸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발호가 계속될 경우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엔 수에즈운하 통행료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수에즈운하 통행료는 관광,송금에 이어 이집트의 세 번째 외화수입원이다. 이와 관련,범아프리카 기구인 아프리카연합의 이메드 자미트 해상교통 담당대표는 18일 "다음 달 열리는 아프리카연합 정상회담에서 소말리아 해적 대응 방안을 공식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