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식 < 지식경제부 에너지 자원 실장>

세계 최초로 전력계통망을 고안해 낸 19세기의 에디슨이 오늘날 서울 도심을 방문해 전봇대나 송전탑 등 전력설비를 둘러본다면 몹시 뿌듯해 할 것 같다. 현대의 전력산업이 고전압을 사용하고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등 일부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는 했으나 기술 그 자체는 에디슨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에디슨의 설계에 기초한 현대의 전력계통망은 근육이 발달했는지 몰라도 신경망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전력소비.고장복구 측면에서 전력시스템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일례로 연간 30조원 규모의 전력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요 정보라고는 전력 사용량이 거의 유일하다. 지금 시스템에서는 에어컨 사용 시간은 얼마인지,형광등 사용 요금은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는 생산되지 않는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전국에 광케이블이 깔리고,각종 센서는 경제성 있는 가격에 시판되는 등 전력계통망에 신경망을 이식하기 위한 기초 여건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고무적인 여건에서 나온 게 바로 녹색전력 IT다. 이는 발전소.송전탑.전봇대 그리고 가전제품 등에 수많은 센서를 설치해 다양한 전력 정보를 자유자재로 생산.유통하는 등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효율적인 전력계통망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전력회사는 전국에서 에어컨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알게 돼 피크부하 시에 이들 부하를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는 자신의 전기 사용 패턴을 알게 돼 합리적인 전력 소비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미 2004년에 녹색전력 I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색전력 IT 추진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해 10대 국책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하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올해에는 10대 과제에 대한 기초기술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내년부터는 2012년 완성을 목표로 상용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우리 녹색전력 IT산업이 2020년에는 연간 1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시장을 선점,IT산업에 버금가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