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 자동차업체 중 포드를 제외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정부로부터 1차 134억달러,2차 40억달러 등 총 174억달러의 단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다. 내년 3월 말까지 임금 삭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 회수하는 조건이다. 미국 정부는 한때 검토하던 '합의 파산'은 철회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일 오전 9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업계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1차 지원 자금은 금융권 구제금융 7000억달러에서 당장 돌려 쓰되 경영진 노조 채권단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구조조정 양보안을 내놓지 않으면 회수하기로 했다. 40억달러는 오바마 정부 취임 후인 내년 2월에 지원하기로 했다.

부시 대통령은 "심각한 경제난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자동차업체를 파산시키는 것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실패한 기업은 망하도록 놔둬야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무질서한(disorderly) 파산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근로자 임금 삭감 △임원 보수 제한 △경영진의 전용기 사용 불가 △고연비 자동차 개발 △정부의 회계장부 열람 등 분명한 지원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도요타 혼다 등 미국 내 일본 자동차 공장에 고용된 미국 근로자들이 받는 수준으로 두 회사 근로자들이 내년 말까지 임금을 삭감하도록 다시 한번 요구했다. 이 조건은 공화당 의원들이 요구했으나 노조가 거부,140억달러 지원 법안 상원 통과가 무산된 바 있어 두 회사 노조의 양보안이 생존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빅2'에 합의 파산이 아니라 이 같은 단기 구명줄을 던진 것은 파산 절차를 밟는 데 만만찮은 시간이 걸리고,파산시킬 경우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우려돼서다. 워싱턴포스트는 "합의 파산을 위해서는 채권단 3분의 2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각기 다른 주주들을 찾아 합의안을 마련하기도 시간적으로 어렵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파산에 돌입하면 두 회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과 주가 폭락,납품업체 연쇄 파산 등의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합의 파산'이란 연방파산법에 따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챕터11)을 하기 전에 채권단 경영진 노조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각각의 희생안을 내놓아 회생 방안에 합의한 뒤 파산에 들어가 회생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을 말한다. 특히 채권단과 회사가 미리 부채 경감 등 채권.채무관계를 재조정하기 때문에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업체를 파산시키지 않고 구제하기로 결정했으나 노조가 만약 임금 삭감 양보안을 내놓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회수,결국은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가 합의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파산보호 신청을 공식거부해온 GM과 크라이슬러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 최근 파산전문변호사까지 각각 고용했다. 밥나 델리 크라이슬러 회장은 이날 정부의 구제 금융지원안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맞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혼다회장인 아오키사토시 일본 자동차제 조업협회(JAMA)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시장이 내년에도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 판매는 내년에 31년만에 최저인 500만대를 밑돌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미국의 신규 승용차 수요도 6%줄어든 1250만대에 불과할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세계자동차 판매 신장률을 당초 예상했던 9%에서 7%로 낮췄다.

이처럼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세계 1위인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할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이날 전했다.

도요타의 영업적자는 1941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 김홍열특파원/최인한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