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 밀어내기도

지난 몇 년간 가장 활발한 주주(투자자) 행동주의 활동을 펼치던 헤지펀드들이 최근엔 스스로가 투자자들의 단체행동으로 코너에 몰리는 신세가 되고 있다.

20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헐값에 투자자산을 팔지 않기 위해 펀드 환매를 늦추거나 중단하면서 투자자산을 빨리 현금화하려는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투자가들은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빨리 돈을 인출해 나가려 하고 있다.

그동안 헤지펀드들은 투자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온 '사냥꾼' 입장이었지만 최근엔 되레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는 '사냥감'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헤지펀드 등 곤경에 처한 금융회사들을 자문해주는 내비건트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미첼 케이 이사는 "많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환매 중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며 뭔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러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돈을 분배해 운용하다가 상당액이 묶여버린 '펀드오브헤지펀드' 회사들로부터의 문의가 많다"며 "이들은 다른 투자자와 연락해 지분을 모으는 방식 등으로 헤지펀드 매니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초에 망한 베어스턴스가 운용했던 2개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청산인을 직접 선임하기도 했다.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투자자를 대표하고 있는 법률회사 리드 스미스의 짐 맥캐롤 파트너는 "이런 현상은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행동주의"라고 말했다.

또 한 헤지펀드 투자자는 매니저에게 헤지를 위해 걸어뒀던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해 여기서 들어오는 현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했다. 이 투자자는 "무조건 맡긴 돈 전부를 돌려 달라고 고함지르는 것보다 투자자들이 뭉쳐서 매니저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단체행동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로 투자가 이뤄지고 서로 인기 있는 매니저들을 잡으려고 애쓰는 헤지펀드 업계에선 드문 일이지만,헤지펀드 매니저 수가 1만명으로 불어나고 기록적인 손실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도권이 매니저들에게서 투자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