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뉴욕 증시는 특별한 재료 없이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정도에 따라 소폭 등락하는 장세를 펼칠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빅 3'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발표돼 경기 관련 지표 외에는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변수는 별로 없다.

특히 이번 주에는 미 의회가 휴회하고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하와이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이어서 정책성 재료도 공백상태를 맞을 전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일단 '빅3'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은 시장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 것으로 평가하지만 앞으로 경기회복 동향에 따라 주가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월가에서는 최악의 경기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과 대공황 이후 최악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공포가 상존하고 있다. 알렉 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산운용전략가는 "경기 후퇴 기간이 얼마나 될지가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은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것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내년 2분기 중 바닥을 탈출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3분기 이후에나 저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 당분간 조정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주 발표될 소비 및 주택 관련 경제통계는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에 겁을 먹은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11월 내구재 판매는 크게 줄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1월 중 개인 소비 역시 감소세를 보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 소비가 5개월 연속 줄게 된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최초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경기의 바로미터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11월 실업률은 6.7%로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 판매건수도 1981~1982년 경기 침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모기지 금리가 연 5% 초반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주택 수요가 점차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클 모런 다이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4분기에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3분기 최고조에 달했던 신용공황의 여파가 4분기 경제에 반영된 만큼 당분간 경제 통계치는 악화 신호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을 반영,신용평가사들의 주요 기업 신용등급 하향도 잇따를 전망이다. S&P는 지난주 골드만삭스,UBS, 도이치뱅크 등 미국과 유럽의 12개 금융기관에 대해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전망을 변경했다. 22일 예정된 월그린 레드햇 등의 실적 발표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