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제주지사를 제외한 26개 전국 지역조직을 13개 송배전통합사업부로 개편한다.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사장이 된 '김쌍수식 개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한전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수십년간 사업본부ㆍ지사,전력관리처로 조직 및 기능이 이원화돼 있던 지역 조직을 독립사업부 형태인 송배전통합사업부(이하 통합사업부)로 합쳐 송전-변전-배전-판매 등을 모두 담당하도록 하는 편제로 바꾼다. 이익 중심점(profit center) 역할을 하게 될 통합사업부에는 예산 편성,조직 운영,인사 등에서 재량권이 주어진다.

현재 지역 조직은 본사 송변전본부 산하의 11개 전력관리처(서울 남서울 인천 수원 제천 대전 전주 광주 대구 부산 창원)와 마케팅본부 산하의 9개 사업본부(서울 남서울 인천 경기 충남 전남 대구 부산 경남) 및 7개 지사(경기북부 강원 강릉 충북 전북 경북 제주)로 나뉘어 있다. 기능도 이원화돼 전력관리처는 송ㆍ변전 업무를,사업본부와 지사는 배전과 판매를 주로 담당해왔다.

앞으로는 통합사업부가 송전ㆍ변전과 배전ㆍ판매를 총괄,비효율을 개선토록 한다는 것이다. 전력관리처 아래의 전력소와 사업본부나 지사 아래의 지점도 지역별로 통합사업부 밑으로 들어간다.

한전은 조직 개편을 통해 1급 고위직(처장)부터 자연스럽게 인력을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조직 융합을 저해했던 직군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충남사업본부와 대전전력관리처,부산사업본부와 부산전력관리처는 현재 한 건물에 있지만 사업본부는 마케팅본부에,전력관리처는 송변전본부에 속해 있다 보니 지역사업은 물론 민원 대처 등의 업무에서도 중복과 비효율이 계속돼 왔다. 한전 관계자는 "통합사업부에 예산권 인사권 조직운영권 등을 넘기면 이 같은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내부에서는 1급 고위직의 30% 이상이 이번 조직 개편 여파로 보직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개 통합사업부 체제로 개편되면 지역조직 내 전력관리처장 사업본부장 지사장 등 1직급 처장 자리 26곳 가운데 13개가 먼저 줄게 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원(2만1734명)의 11.1%인 2420명을 줄이겠다는 한전의 감원 계획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