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 찾기 공조

IT설비 에너지 절감 '전쟁'

양국기업 노하우 교류키로

"우리는 할 수 있다. CO2 50%.에코 라이프."

일본 도쿄의 국제전시장 '빅 사이트'에서 최근 열린 친환경 제품 전시회 'Eco Products 2008'.올해 10회를 맞은 전시회의 곳곳에는 '이산화탄소를 50%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부스에서 만난 히시누마 시게오 산업기술환경국 리사이클링추진과 계장은 "올해 800여개사가 참가하고 18만여명이 참관하는 등 전시회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쌓은 친환경 이미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너도 나도 '그린 IT'

'그린 IT(정보기술)'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린 IT'는 데이터센터,서버,스토리지 등 IT 관련설비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에너지 절감에 IT를 적극 활용하는 경영 전략이다. 주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비용절감은 물론 친환경 이미지를 쌓을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발족돼 일본내 그린 IT를 이끌고 있는 그린IT추진협의회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25년의 정보 유통량은 190배,전력 소비량은 5배 각각 늘어 전체 전력소비에서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15~20%로 높아질 전망이다. 그만큼 IT 분야의 전력 절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파나소닉은 '그린 플랜 2010'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 361만 t 에서 2003년 410만톤 t 으로 증가한 CO2 배출량을 계속 줄여 2010년엔 360만 t 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에너지 절약형 제품으로 교체하는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소니는 2000년 222만 t 이었던 CO2 배출량을 2010년까지 7% 줄이는 내용의 '그린 매니지먼트 201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32인치 PDP TV의 연간 소비전략을 280㎾h에서 86㎾h로 절감한 JE1를 개발,지난 7월부터 판매 중이다. 지난 11월부터는 JE1을 구매한 고객에게 '그린전력 증서'를 주고 있다. 그린 에너지 설비투자를 조건으로 일본자연에너지협회에서 받은 증서를 나눠줌으로써 에너지 절약 의식을 확산시키자는 취지다. 이 회사 환경추진부의 에토리 요시오 기획총괄과장은 "고객이 쓰는 에너지 만큼을 보전해 주는 친환경 제품이 최고의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히타치는 올해부터 5년간 데이터센터 소비전력의 50%를 줄이는 '쿨 센터 50'을 시행 중이다. IT 관련 설비와 환기시스템 등의 전력 사용을 줄이면 이산화탄소를 33만 t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즈히로 가메오 섭외담당본부장은"'모든 것은 지구를 위해서'라는 모토로 디자인부터 제조 리사이클링까지 전 생산과정에서 에너지를 절감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ㆍ일,그린 IT 협력 강화한다

한ㆍ일 양국의 그린 IT 단체들도 IT 부문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일본 그린IT추진협의회는 내년 1월 13일 출범 예정인 한국 그린비즈니스ㆍIT협의회와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두 단체는 협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그린비즈니스ㆍIT협의회 출범 기념 컨퍼런스에 일본내 그린 IT 우수사례를 집중 소개키로 합의했다.

에너지 절감량 등 그린 IT 관련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측정 방법을 표준화하는데도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한ㆍ일 양국이 그린 IT 설명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일본 그린IT추진협의회 하세가와 히데카즈 사무차장은 "그린 IT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해외 교류를 확대하고,혁신적 에너지 절감형 IT 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며 "IT 부문에서 많은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의 관련 업계와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그린비즈니스ㆍIT협의회 배승호 추진본부장은 "일본 IT기업들은 그동안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많은 모범사례를 만들어 왔다"며 "환경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인 만큼 국내 IT업계에 일본 사례를 적극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