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강남' 러시 … 오피스 시장 찬바람
하반기 들어 매물 크게 늘어 … 임대료도 '뚝'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올 봄만해도 임대인(빌딩주인) 우위의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B오피스 중개업자는 사무실을 얻기위해 줄을 섰던 회사들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무실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났던 상반기만해도 빌딩 주인들은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마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며 임대료를 최고 20%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임차수요가 급감한 지금은 빌딩 주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임대료가 비싼 강남을 떠나는 중소규모 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강남권에 자리잡은 기업들 상당수가 무역이나 IT(정보기술),금융,건설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어 경기침체의 충격이 더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내수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대기업들이 R&D(연구개발)투자를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더구나 이들 기업이 최근 들어 잇따라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 등 구조조정에 매달리면서 강남권의 사무실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하반기 들어 오피스 매물이 쌓이는 속도가 2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역삼동에서 회사를 운영했던 박모 사장은 얼마 전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로 사무실을 옮겼다. 역삼동에서는 사무실(230㎡) 임대료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70만원을 내야했지만 지금은 보증금 4500만원에 월세 450만원만 주고 있다. 박 사장은 "강남에 비해 임대 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중소규모 기업들의 강남권 이탈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소형 빌딩 위주로 시작된 오피스 임대 가격 하락이 빠른 속도로 대형 빌딩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학년)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