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주말 '매도프 경제'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엄청난 보수를 챙겨 부자가 된 월가 투자은행가들은 사회 전체를 부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500억달러의 폰지 방식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매도프와 투자은행들의 궁극적인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고 월가의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월가 매니저들이 막대한 부채를 일으켜 모기지 채권과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할 경우 주택시장 거품기에는 수익을 내겠지만 거품이 붕되괴면 결국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 때도 매니저는 여전히 고액의 보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월가 매니저들은 나름의 투자가설을 믿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사기 목적으로 돈을 가로챈 매도프와 다를 수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망해도 자신들은 부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산업의 비중이 30년 전에는 5%에 불과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8%로 늘어났다"며 "만약 3%포인트 증가가 아무것도 아닌 데서 생겨난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 연간 4000억달러짜리 사기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폰지 시대'는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손실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인 부패가 생겨났고,최상의 실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과학이나 공공서비스,기타 중요한 부문을 외면하고 죄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자은행으로 몰려갔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월가 투자은행가들이 엄청난 부자가 된 게 미국인들의 현실 감각을 떨어뜨리고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해 많은 엘리트들이 금융위기의 경고 신호를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떼돈을 버는 월가 사람들을 자신들이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인물들로 우상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것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매도프를 믿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