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회사들이 수수료와 보수를 낮추고 있지만,현행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펀드 판매 후 애프터서비스가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펀드도 주식처럼 투자자가 판매회사를 원하는 업체로 바꿀 수 있게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펀드에 일단 가입한 투자자는 판매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판매사로 옮기기가 어렵게 돼 있다. 판매사를 변경하려면 가입한 펀드를 해지하고 다른 판매사를 통해 다시 가입해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장기 비과세 혜택을 받는 데 불리해지는 데다 투자원금의 1%에 해당하는 판매 수수료까지 새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은 거래하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수수료와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을 땐 종목당 2000원의 수수료만 내면 주식과 계좌를 다른 증권사로 간단하게 옮길 수 있다.

역외펀드 투자자인 A씨는 "환헤지 계약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판매사가 일언반구 연락이 없다가 1년이 지나 계약을 연장할 때가 되자 추가로 자금을 내야 한다고 알려왔다"며 "이렇게 무성의한 판매사를 바꾸려 해도 펀드를 환매하고 다시 가입해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업계에서도 펀드 판매사를 쉽게 바꾸지 못하게 돼 있는 것은 투자자 입장이 아닌 판매사 위주의 편의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계좌도 주식 계좌와 크게 다를 게 없어 기술적으로 전산시스템만 약간 손질하면 판매사를 어렵지 않게 옮길 수 있다"면서도 "운용사는 판매사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바꾸자고 앞장서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펀드의 불완전 판매와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은 펀드시장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한다면 '펀드를 팔고난 뒤엔 나몰라'하는 판매사는 도태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사를 키워 펀드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투자자를 위한 선도적인 제도개선을 기대해본다.

김재후 증권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