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전망

내년 증시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유동성'과 '달러 약세'가 합쳐져 주가를 밀어올린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기업실적은 부진해지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은 저성장을 초래하고 자산가격 하락 압력을 키워 증시에 부담을 준다. 결국 증시는 '에코 버블'장세가 될 것이다.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21일 제시한 내년 증시 키워드로 예상해 본 지수흐름이다. 경기부양과 제로(0)금리로 유동성 랠리가 기대되지만,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로 주가 변동성이 큰 에코 버블 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사실상 제로 금리를 선언하면서 내년에는 급격한 유동성 팽창이 예고되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엄청나게 확대될 유동성과 낮은 금리가 가격 매력이 크게 높아진 주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내 신용 스프레드(금리차)의 축소가 유동성 랠리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달러화의 본격적인 약세도 주목되는 변수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확대와 제로 금리로 달러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달러화 약세는 과거 경험상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침체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은 증시에 부담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황을 맞아 경쟁력이 약하거나 재무구조가 불안한 기업은 극심한 위기를 겪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면서 우량기업과 도태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큰 수혜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구제금융이 투입될 예정인 은행업종과 경기민감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안정성이 높은 은행과 IT(정보기술)·자동차 업종대표주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센터장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우고 있지만 동시에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많이 풀고 있어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년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공존하는 '더블플레이션'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