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힘입어 340 탈환 … 코스피 상승률 웃돌아
키코·여행·조선기자재·정책테마株가 반등주도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베어마켓 랠리(경기침체 속 반짝 상승) 속에 코스닥지수는 한 달 사이에 25%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코스닥시장 회복세는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들이 이끌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키코(통화옵션상품) 피해주들이 살아나고 있고 4대강 정비사업 등 정부 정책 수혜주들이 맹위를 떨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 주말 342.45로 마감, 지난 10월22일(335.53) 이후 두 달 만에 340선을 회복했다.

이로써 코스닥지수는 단기 저점인 지난달 20일 이후 25.41%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4.48%)을 1%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코스닥 대장주였던 NHN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갔지만 코스피지수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8000억원대까지 주저앉았던 코스닥시장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1조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1조6540억원으로 두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으로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증거"라며 "그동안 코스닥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환율 급락에 따른 수혜가 코스닥시장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월 말 1500원을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 1290원까지 떨어지면서 키코 피해주와 여행주 등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간 '코스닥 100'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씨모텍(104.62%)을 비롯해 조선기자재업체인 현진소재(61.46%),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제이브이엠(54.71%) 등 키코 피해주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또 하나투어(71.24%) 모두투어(67.73%) 등 그동안 고환율 탓에 실적이 크게 나빠졌던 여행주들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주범이었던 환율이 하락세로 급반전하면서 키코 피해주와 여행주들의 숨통을 터줬다"며 "환율 하락이 고스란히 실적 개선 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정비사업 계획 등 정부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며 테마주들이 부활한 점도 코스닥시장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 기존 대운하 테마주를 비롯해 LED(발광다이오드) 관련주,그린에너지 관련주 등이 동반 급등세를 탔다.

대운하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화공영은 한 달 사이에 102.68% 급등했고 풍력발전 분야 성장이 기대된 평산(82.20%), 게임주 가운데 낙폭이 컸던 네오위즈게임즈(78.95%) 등의 급등세가 부각됐다.

특히 4대강 정비사업 수혜주로 새롭게 거론된 한국선재는 최근 나흘 연속 상한가를 나타내며 한 주 동안 92.87%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장한 코리아에스이도 최근 7거래일째 급등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근해 연구원은 "NHN이 코스닥시장을 떠난 이후 대형주보다는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종목들이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며 "통상 연말 연초에는 테마주 장세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추세적인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테마주는 급락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 우려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증시가 다시 얼어붙을 경우 코스닥종목들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테마주 투자는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짧게짧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2분기까지는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닥지수가 다중바닥을 형성하며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