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가 다시 깊은 안갯속에 빠진 느낌입니다.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

전남 목포 삽진산단 내 C&중공업 총무인사팀 김창표씨는 22일 채권단의 긴급자금 투입 결정이 자꾸 미뤄지면서 사내에 퍼지고 있는 불안감을 이렇게 전했다. 2006년부터 32만여㎡의 조선소 건립을 추진해오던 C&중공업은 지난 9월 금융권 대출과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이 중단되면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우리은행과 메리츠화재,수출보험공사 등 C&중공업 주요 채권 금융기관들은 지난 19일 긴급자금 150억원 지원 결정을 29일로 연기했다. 당초 9일에서 19일,19일에서 29일로 벌써 두 번이나 늦춰진 것.

이 때문에 C&중공업이 자금 지원을 대비해 그동안 수립해왔던 정상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중단됐던 안벽공사와 매립공사,중국 다롄 코스코조선소에 발주한 플로팅도크(해상도크) 인수 등의 추진 시기가 원점에서 전면 재조정해야 할 처지다. 더구나 재가동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핵심 인력 250~300명가량을 확보하는 일도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한때 워크아웃 개시 소식에 회사문을 다시 두드리던 인력들이 요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회사 김기희 부사장은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하루 1만6000달러에 이르는 인도지연금 등 비용부담이 가중된다"며 "원화 환율이 높을 때 외화로 건조비를 받는 게 유리하므로 조기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20여 협력업체와 500여 납품업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불산단 내 조선기자재업체인 A사 박모 사장은 "밀린 납품대금을 사채 등으로 메워오느라 등골이 휘어 C&중공업 워크아웃 소식에 직원들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며 "힘겨운 생활고를 얼마나 더 견뎌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C&중공업과 함께 서남권 조선산업의 한축을 맡고 있는 해남의 대한조선도 회생을 위한 진통과 씨름 중이다. 대한조선도 모기업인 대주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해운업황 침체,여기에 후판 등 원자재가 폭등으로 올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모두 3척의 벌크선을 건조했으나 배를 만들수록 적자폭은 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선수금 입금이 지연되면서 직원들 급여도 체불 중이다.

현재 회사는 이 같은 위기를 생산공정 개선과 신공법 개발,원가절감 등을 통해 극복한다는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 9척의 선박을 건조해 흑자경영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대한조선 신덕 전무는 "월급이 제때 나가지 못해 직원들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이 염려스럽다"며 "그러나 도크 확장공사를 통한 도크 회전율 제고와 건조기간 단축 등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 적기에 자금만 지원되면 내년에는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