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안되면 어드레스 체크부터 하세요"
"부회장님,제 퍼팅 좀 봐주세요. "

한명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수석부회장(54)은 오픈대회에 가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선수나 그 매니저들한테서 퍼팅을 봐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KLPGA 2009시즌 개막전인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가 열린 중국 샤먼의 오리엔트골프장에서도 최혜용 남민지 이선화 등이 한 부회장을 찾아와 퍼팅 '특별 레슨'을 받았다.

한 부회장은 지금도 '퍼팅 귀신'으로 불린다. 나이가 들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220~230야드에 불과하지만 탁월한 퍼팅과 쇼트게임으로 장타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게다가 프로생활 30년을 통해 익힌 '눈썰미'로 어떤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든지 곧바로 문제점을 집어내 교정해준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한 부회장과 프로암을 나가면 그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프로암을 하면서 한 부회장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데 그게 '즉효 약'이 된다는 것.

이번 대회 우승컵을 차지한 최혜용은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기 직전 한 부회장으로부터 퍼팅에 관한 조언을 받았다. 최혜용은 "부회장님은 기본적인 것을 체크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퍼팅할 때 '볼을 치고 난 다음에 머리를 들라'거나 '눈동자만 따라가게 하라'는 등 가장 기본적인 것을 되새겨준다"고 말했다.

▲맨 처음 어드레스 자세를 체크하라=한 부회장은 퍼팅이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로 '어드레스 잘못'을 들었다. 스트로크를 똑바르게 하는데 볼이 빗맞는 것은 자세가 틀어졌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 어깨가 닫혀 있으면 스트로크를 올바르게 해도 퍼터헤드는 '아웃-인' 궤도가 돼 볼을 깎아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인위적으로 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한 불필요한 동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퍼팅도 스윙이다. 본인의 스윙을 스스로 확인할 수 없듯,퍼팅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에 코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퍼터 헤드 한가운데 볼이 맞는지 확인하라=한 부회장은 퍼팅 교정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스트로크가 제대로 되는지를 점검한다. 그것은 퍼터 헤드의 한가운데 볼이 맞고 있는가를 눈으로 보고,타구음을 귀로 들어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머리는 가만 두고 눈만 따라가야 한다=한 부회장은 퍼팅 고수가 되려면 머리가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퍼팅을 할 때 대부분 아마추어들은 헤드업을 한다. 스트로크를 하고 난 뒤 머리는 가만히 두고 눈만 따라가야 한다. 눈이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곳에 이르면 그때 비로소 머리가 따라가면 된다"고 조언한다.

▲퍼터헤드는 지면을 따라 낮게 움직이도록 하라=한 부회장뿐 아니라,많은 교습가나 프로골퍼들이 강조하는 것이다. 퍼팅을 위한 백스윙이나 임팩트존,그리고 폴로 스루 때까지 헤드는 지면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낮게 움직이는 것이 볼을 일관되게 보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퍼터헤드가 상하로 움직이는 폭이 크거나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상태로 움직이면 볼과 퍼터헤드가 만나는 접점이 일정치 않아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낼 수 없다.

▲같은 리듬과 템포를 유지하라=퍼팅은 동작은 작지만 기본 원리는 풀스윙과 같다. 어떤 때는 빠르게,어떤 때는 느리게 해서는 안 된다. 60㎝ 퍼트든 10m 퍼트든 일관된 리듬,똑같은 템포로 스크로크해줘야 한다. 갑작스럽게 힘이 들어가거나 속도가 빨라지면,볼은 원하는 라인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드레스 후라도 자신의 리듬이나 템포를 유지하기 힘들면 동작을 푼 뒤 새로이 어드레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샤먼(중국)=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