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례 없는 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고 있다. 불황의 그림자가 실리콘밸리에까지 드리우면서 휴가를 강제 소진토록 하는 '위기 경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계에서 시행하던 연말 휴업이 올해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휴업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한편 직원들의 유급휴가를 소진토록 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휴렛팩커드(HP) 시스코시스템스 AMD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델 어도비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를 끼고 휴업 체제에 돌입한다. 이 중 일부는 22일부터 1월5일까지 2주 이상 쉬게 된다.

HP는 "주요 고객 지원을 위한 소수 직원만 남긴 채 대부분이 연말 휴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업체인 AMD는 연말까지 5일의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TI는 재고 소진을 위해 대부분의 공장 문을 일시적으로 닫기로 했다. 심지어 '신의 직장'으로 꼽혀온 구글마저 계약직 인력을 감축하고 직원 복지 수준을 낮추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상황이다. 인력 리크루트 전문업체인 첼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을 비롯한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야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5만명을 감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