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ㆍ신용경색 여파

#1. 원주에 사는 권모씨는 지난 여름 자영업을 하던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외상으로 깔아놓았던 수금도 잘 되지 않았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 대출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외면을 당해 돈을 빌릴 수 없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한 대부업체에 대출상담을 의뢰하고 사업자금을 대출 받았다.


#2. 결혼 10년차인 30대 후반의 반모씨는 맞벌이를 하다가 지난 4월 남편이 다니던 금형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남편은 9월 중순까지 실업자로 지냈는데 혼자 수입으로 버티기가 힘들어 대부업체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침체와 신용경색 여파로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대부잔액은 5조6065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1000억원(24.7%) 증가했다. 대부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사람들도 130만7000명으로 같은 기간 24만2000명(22.7%) 늘었다. 대부(貸負)업체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일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에게 연49%(법정상한금리)이내의 높은 금리를 받고 빌려주는 곳이다. 평균금리대출금리는 연 45.3% 정도.러시앤캐시 산와머니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최근 이곳에 급전을 요구하는 신청건수가 작년보다 배이상 늘었다.

신용대출이 3조2073억원으로 총 대부금액의 67.2%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담보대출이었다. 신용대출 중 개인은 2조6080억원(81.3%)으로 대부분이었고 법인은 5993억원(18.7%)이었다.

전체 거래자 중 95.6%가 5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자였으며 이들의 1인당 평균대출금액은 220만원이었다.

전체 신규대출금 1조2324억원을 대출자의 사용용도별로 따지면 사업자금이 5602억원(45.5%)으로 가장 많았고 다른 금융회사 대출 상환 1054억원(8.5%) 생활비 1985억원(16.1%) 물품구매 193억원(1.6%) 등 순이었다. 대출자의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가 1973억원(16%) 회사원이 4618억원(37.5%) 학생ㆍ주부가 655억원(5.3%) 공무원이 146억원(1.2%) 등이었다.

금융위는 전국의 등록대부업체 1만6120개 중 1만398개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대부잔액이 업는 3676개와 작성오류가 심한 64개를 제외한 6658개만을 대상으로 실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자산 70억원이상의 대형대부업체가 총 대부금액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업체로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