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운다] (1) 한은의 8월 금리인상‥인플레 차단에 집착…'글로벌 침체' 예측 못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화정책은 긴 안목 갖고 선제대응해야
정부나 민간부문이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정책의 결과를 일도양단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교훈으로 삼기 위해 적절하지 못했던 사례를 시리즈로 되짚어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초 기준금리를 연 5.00%에서 5.25%로 인상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못 돼 한은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10월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단 두 달 만에 무려 2.25%포인트나 내렸다. 지난 11일 열린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한번에 1%포인트나 떨어뜨리는 파격을 단행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반면 당장의 물가 불안에는 지나치게 집착한 탓이다. 한은은 당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을 이유로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경기는 수출호조로 적정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래의 위험요인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은을 사로잡았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과 2007년에 정책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는 원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나중에 쓸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금리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한은 일각에서는 "이번이 아니면 (금리 인상의)기회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경기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고,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정책금리를 내리고 있었다.
8월의 정책금리 인상은 이후 한은에 큰 짐이 됐다. '금융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할 한국은행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빌미가 됐다.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10월 하순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연 5.74%에서 6.18%까지 뛰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뛰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데 한은이 오히려 금리를 올리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정부나 민간부문이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정책의 결과를 일도양단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교훈으로 삼기 위해 적절하지 못했던 사례를 시리즈로 되짚어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초 기준금리를 연 5.00%에서 5.25%로 인상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못 돼 한은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10월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단 두 달 만에 무려 2.25%포인트나 내렸다. 지난 11일 열린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한번에 1%포인트나 떨어뜨리는 파격을 단행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반면 당장의 물가 불안에는 지나치게 집착한 탓이다. 한은은 당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을 이유로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경기는 수출호조로 적정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래의 위험요인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은을 사로잡았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과 2007년에 정책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는 원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나중에 쓸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금리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한은 일각에서는 "이번이 아니면 (금리 인상의)기회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경기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고,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정책금리를 내리고 있었다.
8월의 정책금리 인상은 이후 한은에 큰 짐이 됐다. '금융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할 한국은행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빌미가 됐다.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10월 하순까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연 5.74%에서 6.18%까지 뛰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뛰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데 한은이 오히려 금리를 올리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