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권고에도 여전히 부진
워크아웃ㆍ채무 재조정 작업에 면책 검토
금감원장 "은행장이 창구 직접 챙겨라"


금융감독당국이 내년 초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위해 은행 임직원의 워크아웃 작업 등에 대해 면책하기로 했다. 현재는 중기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에 대해서만 면책해주고 있는데,이를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 부실 우려가 있는 일부 가계대출의 채무재조정 등에 대해서도 면책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22일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부실징후 기업에 대해선 신속히 구조조정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갖춰달라"고 요구했다.

◆금융사직원 면책 확대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정부나 금융감독원 임직원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1일 '적극 행정 면책제도'를 통해 △금융 감독기관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여신.보증,기업 구조조정 업무 등에 대해 면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면책을 강화한다. 워크아웃 등에 따른 채무재조정,만기연장,채무일부탕감,이자탕감 등으로 은행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고의나 과실이 없을 경우 책임을 묻지않겠다는 뜻이다. 법정관리의 경우에도 결정은 법원이 내리지만 채무탕감 등 은행측의 행동이 따라야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부실이 우려되는 가계대출 채무재조정 등에도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가계대출 부담완화 세부 추진방안'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치기간 연장 및 만기조정 등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대책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경우 면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모럴해저드 가능성도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중기대출,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해 면책키로 한 데 대해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기대출이 크게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면책 방침에도 불구하고 신용으로 대출해줬다가 부도등으로 부실이 발생하면 징계하거나 담당 직원이 개별적으로 갚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등의 경우 이미 은행 내규나 채권단 협약에 자체 면책 조항이 있는 만큼 효과가 얼마나 클 지 의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정책여신을 하라고 강요하다가 부실이 생기니까 은행원만 문책을 당했다"며 "면책안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나친 면책은 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면책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가계대출 여전히 부진

금융당국이 이같은 면책 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중기대출이나 구조조정 작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이날 은행장 간담회에서 "3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12월 들어 18일 현재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며 "은행장이 직접 나서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 영업창구를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3개 은행은 기업,하나,우리은행으로 이들 은행은 이달 18일 현재 중기대출 잔액은 전월말에 비해 1600억~2300억원 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연말인 12월에 부실채권 매각과 예대 상계 등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업대출 잔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또 가계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 만기 연장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