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중간수사 발표…박연차ㆍ정화삼씨 등 12명 기소

"농협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둘러싼 사건은 전직 대통령 친형 등 최대 권력을 가진 주변인물들이 개입해 100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였다. "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2일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및 휴켐스 매각 비리와 관련,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고교동기인 정화삼씨 형제 등을 구속기소했다.

중수부는 수사에 착수한 지 34일 만인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기소하고 세증증권 대주주인 세종캐피탈의 김형진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기소,홍기옥 사장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홍 사장에게서 노씨를 통해 로비해 달라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박모씨 등 2명과 오세환 농협 상무 및 태광실업의 정승영 전 휴켐스 인수단장도 입찰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그러나 박 회장이 농협에서 미공개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2005년 6월 노씨와 통화한 직후 증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이 있는 대로 세종증권 주식을 사달라"고 말했으며 증권사 직원이 "그 종목은 전망이 안좋다"고 대답하자 "묻지 말고 팍팍 사라"고 주문한 녹음 내용을 검찰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매각 양해각서 체결 시점인 같은 해 12월 세종증권 주식을 392억원에 팔아 259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노씨의 딸과 사위,사돈 역시 2005년 6월부터 세종증권 주식을 사들였다가 다음 해 1월까지 내다팔아 6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박 회장 비서실장이었던 정승영씨도 가족 명의로 세종증권 주식을 매매해 7억7600만원,남경우 전 대표는 5억200만원을 벌었다. 당사자들은 "시장의 풍문을 듣고 투자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증권거래법상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사법 처리하려면 법인의 내부자와 준내부자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해당 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이 정보를 내부자 등으로부터 직접 듣고 주식거래를 해야 가능하다. 아울러 당사자들이 자백하지 않는 한 내부정보를 주고 받는 내용의 문서나 녹음자료가 확보되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어렵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세종캐피탈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노씨를 세종증권의 준내부자로 보고 처벌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