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1일 새벽 울산시에 있는 한 주유소.10대로 보이는 폭주족 10여명이 몰려와 기름을 몰래 넣은 뒤 달아났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잡혔다. 범인 검거의 일등공신은 주유소에 설치된 아이디스의 CCTV에 선명하게 찍힌 영상이었다.

아이디스는 CCTV 영상제품 시장에서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이다. 아이디스 제품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뉴욕 지하철,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유럽 유로스타 등 세계 곳곳의 시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작은 토종 기업이 제너럴일렉트릭(GE),마쓰시타,소니,보쉬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된 비결은 뭘까.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술력을 넘어서는 아이디스의 진정한 강점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시장을 읽는 눈'이다.

아이디스가 처음 해외 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바이어들은 아이디스 제품의 뛰어난 기술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반응은 뜨거웠지만 주문량은 너무나 적었다. 왜일까. 아이디스는 고기능 제품 개발에 주력한 나머지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잊었다. 해외 시장에서 CCTV 영상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경비업체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고사양 제품보다 조작이 쉽고 간편한 제품을 원했다.

아이디스는 이 작은 실패를 발판으로 기술만을 중요시하는 대다수 벤처기업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이디스는 실소비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한 후 그들이 원하는 조작이 쉽고 단순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아이디스는 매년 30%가 넘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아이디스는 시장 동향에 늘 안테나를 세우고 기회를 찾았다. 예를 들면 버스 내 기사 폭행과 범죄율이 증가하자 차량용 제품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자 학교 전용 영상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불황 극복의 방법? 해답은 소비자가 쥐고 있다. '손님은 왕이다'는 경구는 서비스업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고객이 매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외면하면 소용없다. 기술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사유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