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있었던 두 번의 오일 쇼크로 인해 80년대 미국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극심한 불경기 때문에 성장이 정체됐으며,일본 기업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위기에 직면했었다. 경기가 나빠지고 소비가 위축될수록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지는 법이다.

1980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출간한 '경쟁전략'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산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 셀러였다. 포터가 이 책에서 제안한 산업구조 분석,본원적 경쟁전략 등의 개념은 지금도 여전히 경쟁전략 분야의 핵심 주제들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자신이 속한 산업과 경쟁자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포터는 산업구조 분석이라는 모델을 통해 경쟁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흔히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자신과 유사한 제품을 팔고 있는 경쟁자들을 견제한다. 하지만 산업에 따라서는 다른 요인이 경쟁의 양상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PC 산업에서는 애플이나 HP 같은 경쟁자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운영시스템 등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공급자들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타이어 산업에서도 굿이어,미쉐린,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같은 경쟁자들보다는 대량으로 타이어를 구매하는 자동차 회사의 막강한 교섭력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보다 넓게 이해해야만 한다. 경쟁요인은 라이벌 기업뿐만 아니라 구매자와 공급자,대체품,잠재적 경쟁자에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내년에는 기업 간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터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떻게 남들과 다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쟁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경쟁은 남과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남과 다르기 위한 전략이란 '독특한 경영활동을 통해 경쟁우위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포터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