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에 불어닥친 폭설을 동반한 태풍으로 미국 소매업체들의 연말 특수가 사실상 실종됐다. 경기침체에 굳은 날씨까지 겹치면서 크리스마스 직전 쇼핑 성수기인 '슈퍼 토요일'을 망친 것이다.

전국소매판매연합은 22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 쇼핑을 포기한 고객들이 늘면서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뉴욕에는 지난 주말 눈이 30㎝ 이상 내린 데다 기온도 뚝 떨어졌다.

소매판매업자들은 파격 세일하는 품목을 골라 찾는 고객들만 쇼핑에 나서면서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연말 시즌을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메이시 백화점의 한 직원은 "보통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은 12월 한 달 매출의 12%를 차지할 정도인데 폭설로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쇼핑가의 풍경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21일 밤 뉴욕 맨해튼 최고 쇼핑 거리인 7애비뉴 34번가 메이시 백화점 앞과 타임스퀘어 주변은 평소 주말보다 오히려 인파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상점들은 자정 넘어서까지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고객 발길은 뜸한 편이었다. 메이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수전 스트롱씨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60%까지 할인해도 매장이 썰렁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고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할인 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당초 계획보다 쇼핑 시점을 늦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