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득 보전 직불금'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청문회조차 열지 못한 채 23일 끝났다. 직불금 부당 수령자 적발과 책임 규명,제도 개선 등을 목표로 지난달 10일 시작된 국조는 조사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하며 진행됐지만 여야가 자료 제출과 명단 공개 등을 둘러싸고 싸움만 벌이다 아무런 소득 없이 막을 내렸다.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부당 수령 의혹으로 촉발된 쌀 직불금 문제는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직불금을 받은 여야 의원과 고위 공직자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고 농민들은 분노로 들끓었다. 여야는 국감이 끝나자 직불금 부당 수령자를 색출해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겠다며 국정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국조 특위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직업과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명단 제출을 거부해 보름 이상 파행됐다. 감사원에서 온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을 놓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진 참여정부 시절 기록물을 공개하는 문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가세해 논쟁을 부추겼다. 우여곡절 끝에 건보공단이 자료를 제출해 어렵사리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여야는 명단 공개 범위와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특히 민주당이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진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다시 열흘 이상 파행돼 지난 16~19일 예정됐던 청문회와 기관 종합보고마저 무산됐다. 결국 44일간이나 열렸던 국조는 마지막 날까지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했다.

당초 여야가 직불금 국조에 합의했을 때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동안의 국조가 항상 출발은 거창했지만 여야간 논란만 거듭하다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쌀 직불금 국조 역시 이런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국조 기간 내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를 공격하는데,민주당은 현 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리를 들춰내는 데만 집중했다. 직불금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상처 난 농심을 어루만지겠다던 국조가 오히려 농심만 더 멍들게 했다.


강동균 정치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