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는 진정 구제불능인가. 개원때 근 석달을 지각개원하면서 놀더니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할 이번 연말 임시국회에서는 연일 육탄전과 농성으로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지난주 망치와 쇠톱,소화기 분말가루가 난무(亂舞)하는 난장판을 연출했다가 이번주에는 몇몇 상임위를 중심으로 아예 야당의 농성장으로 변한 게 지금 국회의 모습이다.

일주일째 여야간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어제까지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운영을 둘러싼 '사과 시비'와 대립 속에 정상화를 바라는 다수 국민들의 염원을 무시한 채 시간만 허비해온 것이다.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민.관 할 것 없이 국가적 지혜를 모으는 와중에 천금같은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상식이 통하는 생산적인 협상은 고사하고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되,정히 의견이 맞서면 다수결에 따른다'는 대의정치의 기본조차 완전히 실종된 상태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금 서민들이 겪는 고통의 나날이 의원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월급이 끊어진 근로자들과 판매가 말라가는 자영사업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누차 강조해왔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달리 경제위기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가간에도 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주요 산업에서는 국경을 초월하는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등으로 극한적인 '생존전쟁'을 벌이는 판이라는 지적도 이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번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자칫 여야간에 멱살을 잡고 강행처리니,날치기니 하며 드잡이하는 더 험한 상황이 재연될 게 뻔하다. 이전에 늘 봐온 모습이다. 당연히 여야 모두 후유증만 안는 패자의 길로 직행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이 주요법안을 직권상정하는 방안까지 이미 제시했지만 이것도 정상적인 일처리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이견(異見)이 적은 민생경제 법안부터 협의하라.서민생활보호,경제살리기,실업타개,중소기업보호 등 4대 분야 정도로 우선적인 법안심의대상을 좁혀볼 것을 권유한다. 이쪽 법안부터 합의처리하면서 공감대를 확대해가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