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밖에서는 '선망의 대상'으로 구직자들이 여전히 몰리고 있는 반면 내부에서는 '떠나야 할 직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난 등으로 금융회사에 들어가려는 경쟁률이 높은 반면 정작 금융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들의 자부심과 만족도는 예전만 못해졌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정식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턴 사원이 되는 것조차 어렵다. 최근 우리은행이 실시한 청년 인턴 공모에는 753명 모집에 7500명이나 지원했다. 정식직원 채용이 아닌데도 경쟁률이 10대1에 달했다. 이 중에는 공인회계사 10명,석사 19명 등 전문자격증과 고학력 소지자도 많았다.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는 지원자도 800명이나 됐다. 35명을 모집하는 한국은행 인턴사원 채용에도 171명이 몰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턴 응시자의 대부분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학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라며 "경기 침체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턴 모집에도 우수 인력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9,10월에 실시한 정식 직원 채용에서는 신한은행의 경쟁률이 113대1,하나은행은 83대1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제발로 금융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농협과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시행한 명예퇴직에서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 신청서를 냈다. 신한카드에서도 전체 정규직 직원의 15%에 달하는 488명이 떠나겠다고 회사에 통보했다.

명예퇴직을 선택한 사람들은 적게는 24개월치,많게는 36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명예퇴직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유학 등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젊은 은행원들이 상당히 많다. 여기에다 최근 몇달 사이에 펀드 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구조조정 추진으로 고용불안이 확산된 것도 명예퇴직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