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없는 투자 상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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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위기 … 올 증시가 준 교훈
펀드 이어 안전하다던 ELS도 손실
換헤지는 오히려 위험 키워
"지난 8월과 9월 '차트'는 이동평균선 간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등 '과매도 시그널(신호)'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과매도 국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 주가는 더 추락했다. 차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수년째 기술적 분석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의 회고다. 이변을 겪고 난 후 그는 쉽게 '바닥'을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2008년 주식시장에는 이변이 많았다.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사태가 벌어진 만큼 투자자들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수많은 상식이 깨졌다. 이런 이변과 상식 파괴는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두고두고 중요한 교훈으로 남을 전망이다.
◆안전한 자산은 없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이변은 역시 안정형 상품의 몰락이었다. 대표적 사례는 펀드다. 펀드는 장기적이고 안전한 투자라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리먼브러더스 관련 펀드는 깡통으로 전락했고,러시아펀드는 70%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는 등 펀드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 같은 펀드 손실은 은행 상품의 안정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윤홍원 유진투자증권 상무는 "펀드는 안전하다는 상식이 깨지면서 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파는 상품은 안전하다는 게 상식이었지만 펀드 수익률 추락으로 은행상품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펀드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도 화제였다. ELS는 주가가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따라서 그동안 약세장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 속에 급속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현재 발행된 ELS의 60%가량이 손실구간에 들어갔고,이들의 손실률은 평균 40%대에 이른다.
올해 시장은 '헤지'에 대한 상식도 여지없이 허물어 버렸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수단인 헤지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발생시키며 원금까지 까먹게 만든 사례가 이어졌다. 태산엘시디를 비롯한 수많은 코스닥 기업이 환헤지를 위해 키코라는 상품에 가입했다가 환율급등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헤지의 부메랑을 맞은 한 해였다. 해외펀드에 가입 후 환헤지를 위해 은행과 선물환 계약을 맺거나 운용사들이 펀드 자체에서 환헤지를 한 것이 되레 큰 손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은 주가변동폭
지난 10월24일 삼성전자 주가는 하한가 근처까지 추락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하락이었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하락폭은 13.75%로 역대 최고였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 우량주인 포스코와 한전도 같은 날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대표 우량주도 하한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날이었다.
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큰 이변이 속출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증시가 올 들어 하루에 10% 이상 하락한 날이 5일을 넘었다"며 "미국 증시가 이머징마켓 증시만큼 불안정하게 움직인 것은 대공황 이후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회사의 몰락도 상식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는 평가다. 김 팀장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등 세계적인 미 금융회사들이 파산하거나 매각될 것이라 상상한 증권맨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질 때도 탄탄하게 버텼던 미 금융회사들의 파산을 가장 큰 이변으로 꼽는 증권맨들도 많다.
이와 함께 주가는 못 맞혀도 실적은 맞힌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프라이드도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 1월 증권사들은 코스피200 종목 중 컨센서스가 있는 153개 기업의 올 순이익이 모두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그들은 이익전망을 39조원으로 낮췄다. 연초에 비해 무려 37.5%나 내려잡은 것이다. 이마저 4분기 실적이 드러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펀드 이어 안전하다던 ELS도 손실
換헤지는 오히려 위험 키워
"지난 8월과 9월 '차트'는 이동평균선 간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등 '과매도 시그널(신호)'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과매도 국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 주가는 더 추락했다. 차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수년째 기술적 분석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의 회고다. 이변을 겪고 난 후 그는 쉽게 '바닥'을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2008년 주식시장에는 이변이 많았다.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사태가 벌어진 만큼 투자자들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수많은 상식이 깨졌다. 이런 이변과 상식 파괴는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두고두고 중요한 교훈으로 남을 전망이다.
◆안전한 자산은 없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이변은 역시 안정형 상품의 몰락이었다. 대표적 사례는 펀드다. 펀드는 장기적이고 안전한 투자라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리먼브러더스 관련 펀드는 깡통으로 전락했고,러시아펀드는 70%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는 등 펀드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 같은 펀드 손실은 은행 상품의 안정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윤홍원 유진투자증권 상무는 "펀드는 안전하다는 상식이 깨지면서 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파는 상품은 안전하다는 게 상식이었지만 펀드 수익률 추락으로 은행상품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펀드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도 화제였다. ELS는 주가가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따라서 그동안 약세장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 속에 급속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현재 발행된 ELS의 60%가량이 손실구간에 들어갔고,이들의 손실률은 평균 40%대에 이른다.
올해 시장은 '헤지'에 대한 상식도 여지없이 허물어 버렸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수단인 헤지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발생시키며 원금까지 까먹게 만든 사례가 이어졌다. 태산엘시디를 비롯한 수많은 코스닥 기업이 환헤지를 위해 키코라는 상품에 가입했다가 환율급등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헤지의 부메랑을 맞은 한 해였다. 해외펀드에 가입 후 환헤지를 위해 은행과 선물환 계약을 맺거나 운용사들이 펀드 자체에서 환헤지를 한 것이 되레 큰 손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상식을 뛰어넘은 주가변동폭
지난 10월24일 삼성전자 주가는 하한가 근처까지 추락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하락이었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하락폭은 13.75%로 역대 최고였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대표 우량주인 포스코와 한전도 같은 날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대표 우량주도 하한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날이었다.
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큰 이변이 속출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증시가 올 들어 하루에 10% 이상 하락한 날이 5일을 넘었다"며 "미국 증시가 이머징마켓 증시만큼 불안정하게 움직인 것은 대공황 이후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회사의 몰락도 상식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는 평가다. 김 팀장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등 세계적인 미 금융회사들이 파산하거나 매각될 것이라 상상한 증권맨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질 때도 탄탄하게 버텼던 미 금융회사들의 파산을 가장 큰 이변으로 꼽는 증권맨들도 많다.
이와 함께 주가는 못 맞혀도 실적은 맞힌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프라이드도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 1월 증권사들은 코스피200 종목 중 컨센서스가 있는 153개 기업의 올 순이익이 모두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그들은 이익전망을 39조원으로 낮췄다. 연초에 비해 무려 37.5%나 내려잡은 것이다. 이마저 4분기 실적이 드러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