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도산공원과 연결되는 리버사이드길이 청담동에 이은 제2의 명품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에르메스 효과'에다 독특한 외관의 호림박물관이 개장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건물에는 최근 제일모직 위시컴퍼니(여성복ㆍ수입사업부)가 이사왔고,카페 '아티제'와 수제 햄버거점 '트리플 오'가 들어서면서 명품족의 새로운 아지트로 떠올랐다.
또 카페 '느리게걷기' 자리에는 랄프로렌 매장으로 단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심지어 샤넬 매장이 들어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도산공원 일대가 급부상한 것은 2006년 '명품 위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가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를 열면서부터다. 메종 에르메스는 일반 에르메스 매장과 달리 매장ㆍ카페ㆍ박물관ㆍ갤러리 등을 두루 갖춘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명품족은 물론 일반인들도 즐겨찾는 도산공원 일대의 명소가 됐다. "명품 매장만 요란하게 늘어선 청담동 대신 한적한 곳을 찾아 도산공원으로 왔다"는 게 에르메스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에르메스의 '의도'와 달리 럭셔리 브랜드와 레스토랑ㆍ바ㆍ카페들이 그 주변으로 속속 몰려들면서 한적함이 사라지고 있다.
김연주ㆍ김재원 디자이너 부티크 매장에 이어 지난해 9월 벨기에 디자이너 '앤드 뮐 미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또 올 들어선 △한섬이 '무이'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인 수입 편집숍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고급 수입 안경테를 파는 '웨이브' △프랑스 아동복 '봉 쁘앙' △해외 컬렉션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매장 '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샵 아울렛 '블러스' 등 신규 매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이처럼 패션ㆍ명품업체들이 도산공원에 몰리는 것은 우선 대표적 명품거리인 청담동 일대가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청담동을 대체할 만한 공간을 찾다 보니 가로수길은 이미 명동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번화가로 바뀌어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도산공원 일대가 고급 매장이 들어서기에 제격이라는 것.
한 명품 수입업체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손님을 많이 끌기보다는 특별한 고객만을 위한 조용한 명소로 인정받기 원한다"며 "해외 브랜드 파트너들도 이곳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가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3배 이상 뛰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아직까지 청담동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것도 매력이다.
그러나 청담동처럼 크기에는 거리 구간(200m)이 짧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형 점포 위주여서 웬만한 규모의 패션 매장을 열기에 제약이 있다. 제일모직이 올 상반기 청담동에 문을 연 편집숍 '10 꼬르소꼬모'도 원래 도산공원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