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일자리도 부족한데…세계 노동장벽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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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축소 … 귀국행렬 이어져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에 이어 노동 장벽도 높이고 있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노동 장벽 쌓기'는 유럽에 이어 아시아로 확산되는 추세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주 근로자들의 귀향이 줄을 잇고 있다. 자국민 실업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세계 노동력의 흐름이 역류하고 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대만연합보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대만 근로자로 교체하는 기업에 1인당 월 1만대만달러(39만원)를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업별 외국인 근로자 채용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1월 실업률이 4.64%로 치솟고,실업자 수도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주 근로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관영 베르나마 통신이 전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210만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절반으로 줄였다. 러시아 이주 근로자는 현재 1200만명으로,대부분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이들이 벌어들여 자국으로 송금한 자금은 중앙아시아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
유럽에선 스페인이 지난 10월 일자리가 없는 이민자가 3년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락하면 4만달러의 실업수당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자발적 귀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스페인에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급감하자 스페인 근로자들이 그동안 기피해오던 농장에까지 밀려들면서 아프리카 출신 근로자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영국도 이달 초 이주 근로자의 학력 나이 기술력 등을 점수화한 새로운 점수 이민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외국인 일자리 수가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은 높아지는 노동 장벽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수 감소로 떠밀리다시피 귀국 길에 오르고 있다. 두바이에선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중단되자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두바이에서 실직한 필리핀인만 최소 3000여명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에만 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은 300만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에 온 많은 브라질 출신 근로자들은 비행기표 값도 구하지 못해 떠도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멕시코 등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24일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전주보다 3만명 늘어난 58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이 해고에 직면했다"며 "이들이 경제위기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선진국 노동시장 위축으로 개도국의 주요 자금원인 대외송금이 크게 줄면서 개도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각국의 노동정책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에 이어 노동 장벽도 높이고 있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노동 장벽 쌓기'는 유럽에 이어 아시아로 확산되는 추세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이주 근로자들의 귀향이 줄을 잇고 있다. 자국민 실업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이다. "세계 노동력의 흐름이 역류하고 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대만연합보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대만 근로자로 교체하는 기업에 1인당 월 1만대만달러(39만원)를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업별 외국인 근로자 채용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1월 실업률이 4.64%로 치솟고,실업자 수도 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이주 근로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관영 베르나마 통신이 전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210만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절반으로 줄였다. 러시아 이주 근로자는 현재 1200만명으로,대부분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이들이 벌어들여 자국으로 송금한 자금은 중앙아시아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
유럽에선 스페인이 지난 10월 일자리가 없는 이민자가 3년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락하면 4만달러의 실업수당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자발적 귀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스페인에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급감하자 스페인 근로자들이 그동안 기피해오던 농장에까지 밀려들면서 아프리카 출신 근로자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영국도 이달 초 이주 근로자의 학력 나이 기술력 등을 점수화한 새로운 점수 이민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외국인 일자리 수가 2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은 높아지는 노동 장벽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수 감소로 떠밀리다시피 귀국 길에 오르고 있다. 두바이에선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중단되자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두바이에서 실직한 필리핀인만 최소 3000여명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에만 아시아 출신 근로자들은 300만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에 온 많은 브라질 출신 근로자들은 비행기표 값도 구하지 못해 떠도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멕시코 등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24일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전주보다 3만명 늘어난 58만6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이 해고에 직면했다"며 "이들이 경제위기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선진국 노동시장 위축으로 개도국의 주요 자금원인 대외송금이 크게 줄면서 개도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각국의 노동정책에 새로운 도전을 던지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