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등 전국 24곳서 나눔 행사
성탄예배.식사.선물 등도 제공

"사람 사는 세상에 가난한 사람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가진 사람이 베풀고 나누면 가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나누고 섬겨 거리에서 헤매고 굶주리는 사람이 사라지게 해주십시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11시쯤 서울 답십리동 신답초등학교 앞 도로.임시로 마련된 단상에서 손인웅 목사(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대표회장)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이렇게 기도를 올리자 거리에 모인 노숙인과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과 신자 등 3000여명이 일제히 "아멘!"을 외쳤다.

이날 행사는 개신교계의 초교파 봉사단체인 한국교회봉사단과 다일공동체가 마련한 '한국교회가 이웃과 함께 드리는 2008 거리의 성탄잔치'.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모여든 참석자들은 청량리 인근 주민은 물론 멀리서 지하철을 타고 온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예배를 위해 마련된 단상으로부터 100m가량을 참석자들이 메웠을 정도였다. 이 자리에 오면 성탄예배에 이어 점심식사와 함께 2만원 상당의 방한복과 내복,도시락까지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멀리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청량리역 인근 쌍굴다리 근처에서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온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예배에서 오정현 목사(사랑의 교회)는 개회사를 통해 "소속 교단이나 이념,생각이 서로 달라도 섬김과 봉사에는 그런 게 필요없다"며 "섬김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살리고 양극화도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어 김삼환 목사는 '온땅이여 다 기뻐하라'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앞으로도 한국교회봉사단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라며 어려운 이웃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참석자들은 명성교회 성가대의 찬양과 유엔젤중창단의 노래 선물에 맞춰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성탄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예배가 끝난 후 방한복 등 선물이 담긴 가방을 나눠주자 "아침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네"라며 시름을 던 표정이었다.

이날 거리 성탄잔치를 위해 토마토저축은행은 3000만원을 다일공동체에 기부했고 기업은행과 국민은행,SK네트웍스 등 30개 기업과 단체가 방한점퍼 등의 선물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거리예배에 이어 노숙자 무료급식소인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한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참석해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서 김삼환.오정현 목사 등과 함께 배식 봉사에 참여했다. 김 여사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여러분을 꼭 만나고 싶어 나왔다"면서 "제가 푸는 것이 밥이 아니라 따뜻한 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식을 마친 김삼환 목사는 "예수님이 거리에서 나셔서 배고프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신 것처럼 성탄절을 춥고 배고픈 이들과 나누면서 맞으니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또 최일도 목사는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의 삶이 고단한 올해에도 나눔의 잔치를 가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이병석.장광근 의원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영화감독 류승완,가수 션,아나운서 한성주씨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이날 서울역과 영등포역,부산역,대구역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에 거리성탄잔치를 열었으며,충남 태안 지역의 15개 교회에서도 기름유출 사고 이후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을 위해 마을잔치도 개최해 '나눔의 성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