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맥닐 지음|홍욱희 옮김|에코리브르|688쪽|3만8000원

1984년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은 경제 성장이 향후 70억년 지속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태양의 죽음만이 개발의 지평선을 가릴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1987년 노벨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는 세계는 자연이라는 자원 없이도 잘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소련의 자저빈이라는 작가는 공산주의 발전과 관련,'시베리아의 녹색 젖가슴을 시멘트로 단장하고 공장과 철로 벨트로 무장하자.삼림이 불타서 사라지고 초원이 없어져도 좋으리라'고 외쳤다.

경제학에서 자연을 분리시킨 듯한 이런 극단적 발언들은 '자연은 진화하지 않으며 꼬집혀도 아픔을 못 느끼는 존재'라는 인식의 결과다. 인간과 생태는 결코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고 방식에 대해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맥닐 교수는 《20세기 환경의 역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경제성장이라는 물신(物神)은 놀고 있는 토지와 풍부한 어족 자원,광대한 삼림,탄탄한 오존층이 유지되는 세상에서라면 아주 유용한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인구 증가와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생태적 완충 지대가 점차 사라지고 실질 비용이 치솟고 있음에도 이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그 어떤 명망 있는 경제학 분파도 자연 자산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1880년께부터 1970년까지 지식 세계는 연대하여 대규모로 벌어지는 눈 앞의 환경 변화를 외면했으며 부정했다. '

이 책은 20세기 지구의 생태 역사와 인류의 사회경제사를 함께 다룬 '종합 환경사'다. 인간이 바위ㆍ토양ㆍ대기ㆍ물ㆍ생물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인구 증가와 도시의 성장,에너지와 기술 발전,사상과 전쟁이 환경에 어떤 변수로 작용했나를 살폈다.

저자는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환경관리 차이에 주목했다. 녹색 혁명이 냉전 체제의 간접적 산물이었다거나 변형된 민족주의가 인도ㆍ소련ㆍ중앙아시아ㆍ남아메리카에서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묵시론적인 경고를 배제한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이 눈길을 끈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