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로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72)의 작품전이 서울 한일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구와바라는 1964년 화보 잡지의 특파원 자격으로 한국에 넉 달 가까이 체류한 이후 40여년 동안 수십 차례 드나들며 근대화 과정을 사진 작품으로 담아낸 작가. 그동안 한국에서 일제 강점기의 잔재를 비롯 농어촌의 궁핍한 삶,개발 과정,북한의 모습 등을 찍은 작품만도 10만여컷에 달한다. 1962년에는 대표적인 환경오염병인 '미나마타병'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일본사진비평가협회로부터 신인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1950년대 이후 서울 변두리와 농어촌,북한 모습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포착한 작품 200여점이 나왔다.

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그는 한·일협정 반대 시위,베트남 파병 등 역사 현장을 담았다. 또 청계천 판자촌이나 기지촌 등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전 전시회에 맞춰 한국 사진 작업을 총 결산하는 사진집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구와바라 시세이 한국사진전집》(296쪽.눈빛출판사)도 출간됐다.

구와바라는 이 책에 실은 글에서 "비애의 미(美)라고 불릴 만한 민족이 거쳐 온 역사에 매료됐다"고 한국에서 사진 작업을 해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터졌던 1980년 봄 광주의 상황을 듣고도 예정대로 덕수궁에서 탈춤 공연을 촬영했다"며 "당시 광주의 상황을 사진으로 찍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 2월21일까지.(02)418-1315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