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정식 무역결제 통화로 활용키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든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중국 남부의 윈난성 및 광시좡족자치구를 아세안과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할 수 있는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주 홍콩 및 마카오와의 교역에서도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그 대상 지역으로 광둥성과 창장삼각주를 지정했다. 창장삼각주는 상하이를 축으로 저장성 장쑤성 등 중국 동부 연안에 있는 경제지대이다. 원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0월 러시아 방문 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위안화 및 루블화를 달러 대신 무역결제통화로 사용하자는 데 의견 접근을 봤다.

국무원은 이날 회의에서 수출 촉진을 위해 첨단기술 제품 등에 대한 수출부가가세 환급률을 더 올리고 가공무역 금지 대상도 줄이기로 했다.

앞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도 핫머니(국제 단기투기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 강화한 외환 규제를 수출을 부양할 목적으로 5개월 만에 다시 완화했다. 23일부터 기업이 수출할 때 미리 받는 선수금 한도를 수출가격의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것.지난 11월 수출이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이 예상외로 심각해지자 외환규제를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외환관리국은 이와 함께 수입대금을 연불 지불할 수 있는 한도 역시 10%에서 25%로 확대했다.

덕분에 중국 기업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자금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칭다오에서 봉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외국 바이어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원부자재를 구입하고 3~4개월 뒤 제품을 수출해 잔금을 받는 구조로 사업을 꾸려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외환규제로 수출가의 10% 이하로 선수금 한도가 묶임에 따라 원부자재 구매비용이나 인건비,각종 소모비용 등을 지불하지 못하게 돼 경영 압박이 커져왔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