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 명성교회 담임목사 >

예수님이 우리를 찾아오신 성탄의 계절이다. 성탄의 크신 은총이 온 교회와 국민들에게 넘치기 바란다. 특히 전례없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위로와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들은 잠언적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살아가는 형편을 살피기 위해 계급장이 없는 허름한 군복을 입고 신분을 숨긴 채 민정을 시찰하고 있었다. 어느 검문소를 지나게 되었는데,그곳의 책임자인 대령이 이 사람을 수상하게 여기고 거만하게 심문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감히 군복에 계급장도 달지 않고 다니는가? 계급이 무엇이지?"

이상한 사람이 묵묵부답하자 더욱 궁금해진 대령이 다그쳐 물었다.

"예비역 하사관인가?" "그 위요. " "아니면 장교?" "아니,그 위요. " "그렇다면 소령쯤 되는가?" "그보다 위요. " "그럼 나와 동급이요?" "아닐세." "이런,결례를 했습니다. 장군님을 몰라보고…." "그보다 위일세." "그,그렇다면 국방부장관이십니까?" "좀 더 분발하게." "아이고,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각하! 용서해 주십시오."

검문소 대령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인자한 대통령은 그 경솔한 대령을 일으켜 세우며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대하지 말고 겸손히 섬기는 자세로 봉사하라고 충고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인류를 죄 가운데서 구원하기 위해 이 땅을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권력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며 만왕(萬王)의 왕이다. 세상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다.

성탄일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이 지극히 낮은 몸으로 이 땅에 오신것을 찬양하고 경배하는 날이다. 이처럼 지체가 높은 분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죄인을 섬기기 위함'이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의 위대한 성업(聖業)을 겸손히 섬김으로써 감당했다.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죄인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셨다.

예수님을 본받아 이웃을 섬겨야 하는 이 시대에 부름 받은 종의 한 사람으로서 이 뜻깊은 성탄의 절기에 섬김의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본다. 원래 섬김은 지체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하는 봉사의 행동이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정반대로 지극히 높은 분이 지극히 낮은 자를 섬기셨다. 하나님이 사람을 섬긴 것이다. 마치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보살피기 위해서 어머니가 그 앞에 무릎을 조아려 엎드리는 것과 같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온정의 손길이 경제가 좋을 때보다 더 뜨겁다는 소식을 들을 때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세계적인 경제한파 속에서도 구세군 냄비를 찾는 사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부족한 종도 교계 봉사자들과 함께 예수님의 섬김을 실천하기 위해 노숙자들을 만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늘진 곳을 애써 찾아가지만,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은 왔건만 우리 주위에는 물질적인 문제나 육신적,정신적인 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이웃들이 너무나도 많다. 주님은 이런 분들에게 제일 먼저 찾아가실 것이다.

우리 한국 교회는 주님처럼 더욱 겸손히 허리를 동이고 이 어려운 시기의 국가와 민족을 힘써 섬기겠다. 성탄의 크신 은총과 위로가 온누리에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