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의 3대축 앤드류 사비츠 지음 | 삼일회계법인 SBS팀 옮김 | 거름 | 320쪽 | 1만9000원

고사리 손으로 힘겹게 축구공을 꿰매는 12세 파키스탄 소년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스포츠업계의 최강자 나이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분식회계'로 인해 미국 6위 거대기업의 자리에서 물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엔론은 또 어떤가. 무분별한 벌채로 폐허가 된 밀림과 구멍 난 오존층,지구온난화로 빠르게 소실되어가는 빙산들은 누구의 책임일까?

기업 경영에서 '희든 검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인 시대가 저물면서 반성과 신뢰회복의 요구 아래 메가트렌드로 등장한 것이 '지속가능경영'이다. 지금까지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지구환경 보호 차원에서 생성된 후 '사회 책임경영' '윤리 경영' '환경 경영' 등 다른 용어들과 혼용되어 사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지속가능성은 이 같은 협소한 의미를 뛰어넘어 더 넓은 범위의 경영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TBL(Triple Bottom Line)은 지속가능경영을 완성하는 3대 축으로 경제적 수익성,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균형적으로 통합하여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반영하고,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인 것이다.

그간 지속가능성을 다룬 몇몇 책들은 기업이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 때문에 몇몇 선구자적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윤을 내는 것이 곧 사회 환원'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에게 외면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의 3대축》은 올바른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방법,각 업종과 업태에 맞는 실천 매뉴얼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차가 되었고,유니레버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저렴한 위생용품과 개인용품들은 이미 전체 수익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책임'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기업 외부의 사회공동체에 주어지는 공헌활동을 강조하지만,이 책에서는 기업 외부에 주어지는 혜택과 기업 스스로가 누리는 이익의 조화를 강조한다.

GE의 에코매지네이션,IBM의 빅 그린 이노베이션,필립스의 에코비전4 전략 등은 환경문제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동시에 또 다른 수익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또한 현재의 기업들은 통제 불가능한 여론에 의해 기업의 근간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기업의 평판,브랜드,그 밖의 무형 자산들이 핵심 가치로 등장함에 따라 기업 경영활동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인터넷 환경의 특수성 정도로만 판단하고 사후약방문 또는 언로 차단에만 급급하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부정적인 여론은 기업의 가치와 앞으로의 사업전망을 억누르는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진실이든 아니든,공정하든 공정하지 않든 간에.

경영활동 과정에서 기업은 재무적 자원(투자 자본금과 영업이익),환경자원(물,에너지,원재료),사회적 자본(사회의 인적자원,정부가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 등)모두를 사용한다.

지속가능한 형태의 경영이라면 경제,환경,사회 3대 축 모두를 균형 있게 중시해야 하며,성과 평가시에도 3가지 모두를 반영한 투자대비 수익률을 측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자연히 3대 축에 각각 속해 있는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한다. 기업 활동에서 주주의 이익은 물론 자연 환경,근로자의 권리,소비자 보호 등과 같은 이해관계자의 이익,기아,가난,교육지원,보건과 같은 지역 사회의 문제,사회현상과 기업 이윤 간의 관계 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할 수 없다.

2005년 미국 카트리나 사태,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서 증명되었듯 이제 기업은 사회적ㆍ환경적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정부보다 더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시스템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기업은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부문이기도 하다. 일찍이 투자의 대부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필요하지만,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고 일갈했다. 이것은 대기업ㆍ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근본적인 지속가능경영 솔루션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양세영 전경련 사회협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