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석 <올림푸스한국사장 isbang@olympus.co.kr>

필자는 지난 주말 직원들과 함께 서울 변두리 산동네에서 연탄을 배달했다. 급경사 꼭대기부터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골목까지 연탄을 나르고 쌓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일상에서 맛 볼 수 없는 행복 충전의 시간이었다. 한때 겨울 난방의 필수품이었던 연탄은 이제 대체연료가 풍족하게 공급되면서 사라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봉사활동을 하며 보니 유가가 오른 탓인지 아직도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나는 이웃들이 적지 않았다. 내겐 이미 필요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들에겐 소중한 존재일 수 있는데,미처 그 부분까지 챙기지 못하고 스스로의 고정관념에 얽매여 생각하고 행동했던 건 아닌지 돌아 보는 기회가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관점과 잣대로 가치를 판단하곤 한다. 과거에 비해 삶이 풍족하고 다양해지면서 예전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갖게 됐고,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존재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가치 비중이 달라질 뿐 나름의 역할이 있음을 인지하고,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값진 빛을 발하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는 게 중요하다. 내면의 가치,근본에 대한 믿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아우를 수 있는 잣대야 말로 '진정한 배려'의 토양을 다지는 힘이다.

새해에는 모든 상황이 올해보다 더 안좋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견해와 시각의 분분한 차이로 경쟁과 반목,질시하는 여건이 조성되기 쉬워 사회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건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다.

마침 내년은 소의 해다. 소를 주로 그려온 한 작가는 "소의 삶을 보면 살아온 내 인생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소는 우직하고 충직한 동물로,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로 꼽힌다. 논,밭 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순박한 눈망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표정,투정이나 꾀 부리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죽어서도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뿔과 가죽은 악기나 공예품 생필품에 이용되는 등 무엇 하나 버릴것 없이 베푼다. 사람이 인내하고 희생하는 소의 반만이라도 닮으려고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인들 못넘을까.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새해에는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희망을 얘기해 보자.희망 섞인 생각과 말만큼 강한 긍정의 힘이 또 있을까.

지난 두달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옮긴 부족한 글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필자는 새해에도 정도경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의 힘을 보태는 기업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