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지방공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주요 지방공단에 입주해 있는 중소업체들이 가동을 멈췄다. 자동차,전자,조선 등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감산에 들어감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예년 이맘때쯤이면 각종 연말 송년회로 특수를 누려야 할 공단 주변 음식점은 물론 공단이 있는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가장 심하게 고통받고 있는 업종은 자동차 부품업체.중소기업 밀집지역인 남동공단 등 인천지역 공단에서는 11월과 12월 1~21일까지 휴업을 신고한 업체 수가 각각 231개,380여개에 달했다. 지난 10월 32개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부평공단에 있는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인 G사는 지난 15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휴업신고를 했다. 대부분 업체들은 G사처럼 내년 1월 중순까지 휴업을 신청했지만 일부 업체는 아예 2월 말까지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강서구 부산과학단지 내 자동차부품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잔업 준비로 바삐 움직여야 할 50여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Y사 최모 사장은 "일감이 없어 자동차부품단지와 이 일대 200여개 중소기업들은 지난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일손을 놓는다"며 "언제쯤 경기가 나아질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내륙공단인 구미국가산단에서도 450여개 중소기업들이 내년 1월4일까지 휴무에 들어가 공단 전체가 사실상 멈춰 섰다. 직원의 절반인 80명을 휴가 보낸 LG전자 협력업체인 K사의 김모 사장은 "외환위기 때도 공장을 세운 적이 없었다"며 "내년은 더욱 어려울 것 같아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호남 최대의 광주산단도 전면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대형 사업체인 삼성광주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 광주공장이 연말연시 장기휴무에 들어감에 따라 인근의 400여개 2,3차 협력업체들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의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전자부품업체인 A사 김모 사장은 "원청업체가 생산라인을 세우는 상황이어서 하청업체인 우리 회사도 공장을 돌릴 수 없어 부득불 무급휴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의 빚 독촉이 잦아지고 있는데 휴업으로 수입마저 끊겨 급전 구하기에 매달려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울산의 사정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500여개 협력업체가 덩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공장 주변에는 불 켜진 상가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중소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효문공단 앞 50대 식당 여주인은 "모기업인 현대차가 '기침'을 하면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독감'에 걸린다"며 "당분간 아예 식당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인천=김인완/대구=신경원

광주=최성국/대전=백창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