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0%는 거주자 몫" 첫 인정

건물 소유주가 아닌 거주자도 일조권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임채웅 부장판사)는 25일 김모씨 등 건물주 6명이 KT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조권 피해가 인정된 김씨 등 5명에게 684만~143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성동구에 1970년~2001년 지어진 2~4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이들은 "KT가 올해 인근에 골조공사를 마친 지상 18~29층 아파트 때문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며 일조권 침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들 주택에 대한 감정과 현장조사를 근거로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연속 일조가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는 등 피해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는데 건물에 임차인 등 소유자는 아니지만 합법적인 거주자가 있을 경우 이들에게도 배상 청구권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일조권은 소유권 뿐만 아니라 정당한 생활을 누릴 권리에도 근거를 두기 때문에 일조권 침해로 산정된 손해액은 소유자와 소유자는 아니지만 그 건물에 사는 자에게도 배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차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배상액의 90%가 소유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10%는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 몫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 주택의 경우 가구별로 일조 조건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이 여러 명일 경우 이들 몫 10%를 가구 수로 균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