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사흘 뒤면 기축년의 새해가 뜬다. 금융위기다,경기침체다 해서 여러모로 우울한 세밑이지만 새해에 거는 새 소망 마저 꺾을 수는 없는 일.새해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희망의 한 해로 만들어보자.한국관광공사가 막힌 속을 뚫어줄 '소원성취 명소'를 추천했다.
◆소망의 탑과 죽서루(강원 삼척)=새천년해안도로는 동해안 7번 국도에서도 으뜸가는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새천년이 열리는 2000년을 기념해 닦은 4㎞의 새천년해안도로에는 좋은 기(氣)가 모두 모인다는 소망의 탑이 서 있다. 소망의 탑은 두 손을 모아 기원하는 3단 타원형의 탑.1단은 신혼부부,2단은 청소년,3단은 어린이 소망석으로 되어 있다.
관동팔경 중 제1경인 죽서루 옆의 용문바위도 소원을 비는 곳.신라 30대 문무왕이 사후 호국룡이 되어 동해를 지키다가 오십천에 뛰어들어 죽서루 옆을 지날 때 생겼다고 하는 이 용문을 지나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육향산의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도 찾아보자.척주동해비는 미수 허목이 삼척부사로 있던 1661년 세운 오석(烏石)비.마을이 해일 피해로 고통을 받자 동해를 예찬하는 '동해송'을 지어 전서체로 새겨넣자 바다가 잔잔해졌다는 것이다.
신남마을의 해신당은 아이를 원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민속이 전래되고 있는 곳으로 해신당 남근조각에 기원을 하면 아들을 얻는다고 해서 많은 여인들이 찾고 있다. 삼척항에서의 시원한 곰치국 한 그릇이면 여행길이 더욱 따뜻해진다.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545
◆월송정과 불영사(경북 울진)=울진군 남쪽 바닷가에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울창한 솔숲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면 2층으로 지어진 월송정이 나온다. 여행객들은 이 월송정에 올라 휘영청 밝게 뜬 달을 보거나,장엄하게 솟는 아침 해를 향해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영랑,술랑,남속,안양 등 신라의 네 화랑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달빛을 즐겼던 동해의 신선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니 새해 소원을 빌기에 안성맞춤이다.
불영계곡의 불영사는 울진을 대표하는 명찰.서쪽 산자락 위에 있는 부처 형상의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쳤다는 데서 불영사란 이름이 붙었다. 불영사에는 대웅보전,응진전,영산회상도 등의 국보와 보물이 있다.
울진 여행길의 피로는 덕구와 백암온천에서 풀어보자.덕구온천의 수질은 약알칼리성으로 신경통,류마티즘,근육통 등에 좋다고 한다. 백암온천은 라듐이 많이 함유된 유황온천.광해군 때인 1610년 이 온천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죽변항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울진대게와 홍게도 맛볼 수 있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3
◆수리산 성지(경기 안양)=안양 시내에서 4㎞ 떨어진 수리산에는 천주교 성지가 있다.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이기도 한 최경환 성인의 유해를 모신 곳이라고 한다. 최경환 성인은 이곳 수리산 아래에 교우촌을 만들어 천주교 신앙을 전파했다고 한다. 기해박해가 일어났던 1839년 35세의 나이로 순교한 최경환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으로 방한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반열에 올랐다.
성당을 겸하고 있는 최경환 생가는 황토벽면에 바위까지 돌출돼 있어 토굴처럼 보인다. 제단 한 가운데에 최경환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묘역으로 가는 돌계단 산책길이 좋다. 솔숲으로 둘러싸인 야외 미사터는 조용해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한때 옹기촌이었던 수리산 성지에서 시내 쪽으로 내려오면 돌석 김석환 선생의 50년 도예작품을 전시한 돌석도예전시관이 나온다. 1층에는 큼직한 옹기작품 9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옹기작품 80편이 전시된 2층은 근사한 카페로 꾸며져 있다. 야외에는 대형항아리가 전시돼 있어 작품 사이를 거니는 맛이 쏠쏠하다. 4인 가족을 위한 도예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망해암에서 보는 일몰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수리산성지 (031)449-2842,안양시청 문화예술과 (031)892-2064
◆남열해수욕장(전남 고흥)=기축년 첫 해맞이는 남해안에서 하는 게 어떨까. 고흥의 남열해수욕장이 딱 좋다. 남열해수욕장은 다도해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더욱 낭만적이다. 1일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해맞이 축제도 펼쳐진다. 2000명분의 떡국과 고흥군의 특산품인 유자로 만든 유자차도 무료로 제공된다. 중산일몰전망대에선 31일 오후 4시부터 전망대 준공식과 함께 해넘이 축제가 열린다.
팔영산도 찾아보자.해발 608m로 높지 않지만 산이 가파르고 암벽이 많아 산행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다도해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팔영산 산행로 초입에 있는 능가사 응진당의 부처상은 나라에 환란이 있을 때 몸에서 땀(법비)을 흘린다고 한다.
고흥의 외나로도에는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내년 4월 국내 최초로 과학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과학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자체 발사장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청소년우주체험센터도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로도에는 사자바위,곡두여 등 기암괴석이 바다 위에 떠있어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즐기기에 좋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305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