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형제 폐지운동가 핫킨슨 박사

"사형제 폐지와 범죄 발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을 방문한 영국의 사형제 폐지 운동가인 피터 핫킨슨 박사(사진)는 "한국은 최근 10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번 국회에서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핫킨슨 박사는 웨스트민스턴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사형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매년 영국 학생들을 베트남 등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로 보내 현지 NGO(비 정부기구) 및 사형수 등과 접촉하면서 사형제 폐지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핫킨슨 박사는 "사형제는 범죄 발생과 상관관계도 없고 범죄 억지력도 없다"며 "미국의 경우 배심원이나 검찰의 편견이 사형 판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우리가 좋은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사형제 폐지가 소신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고 지적한 뒤 "한국 정부는 사형제를 대체할 만한 형법이나 교화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핫킨슨 박사는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인권 부문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세계 200여 국가 가운데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60여국에 불과하다. EU(유럽연합)는 사형제 폐지를 회원 가입 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