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국내 대표주들의 주가가 모두 부진했지만 그나마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서는 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원가 경쟁력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이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 흐름을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비교한 결과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철강 등은 선방했지만 정유와 항공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46만원에 거래를 마쳐 올해 17.2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대만 반도체업체인 TSMC와 세계 1위 반도체회사 인텔은 각각 29.64%와 46.62% 빠져 이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16일 연중 고점(76만4000원) 때엔 지난해 말 대비 상승률이 37.41%에 달했지만,TSMC는 연중 최고 상승률이 11.93%에 불과했고,인텔은 단 한 번도 작년 말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휴대폰 부문에선 LG전자가 1년 내내 해외 경쟁업체들을 압도했다. LG전자는 올해 하락률이 26.9%로, 노키아(-58.1%)와 모토로라(-75.43%)보다 훨씬 선방했다.

현대차도 상대적으로 주가 방어력이 돋보였다. 현대차는 44.34% 빠졌지만 세계 1위인 도요타의 하락률(53.97%)보다 선방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포스코 역시 34.52% 하락했지만 신일본제철과 US스틸에 비하면 낙폭이 절반 수준이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화 약세가 국내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의 실적에는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해외 업체들에 비해 덜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와 함께 반도체 철강 등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이 주가 낙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유와 항공은 원화 약세로 낙폭이 더 컸다.

SK에너지는 하락률이 59.33%나 돼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3배에 달했다. 달러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원화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도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 여행객 감소와 외화부채 증가로 싱가포르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비해 하락률이 컸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평균 환율은 달러당 1305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엔 1195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화부채 부담이 가벼워지는 대한항공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업체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이 이들 선두기업에 먼저 집중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인텔(반도체),도요타(자동차),노키아(휴대폰),현대중공업(조선),신일본제철(철강) 등의 주가 부진이 두드러졌다.

조윤남 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선두업체에 이어 시차를 두고 2위권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확산되고,이것이 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